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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Sep 19. 2019

결전의 날

2019.6.30(일)

이번엔 실패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향했다. 나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까치발로 걸었다. 오늘도 토토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부엌 서랍장에서 종이컵을 하나 꺼내 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테스트기를 포장지를 벗기고 조심히 꺼냈다. 처음 해보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일은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준비한 테스트기를 담가 두었다. 그리고 잠시 후...














선명한 두 개의 선이 보였다.

'헉... 두줄이다... 두줄.'


나는 아무런 티가 나지 않게 뒷정리를 하고, 임신테스트기는 뚜껑을 잘 닫아 가방에 넣었다. 토토는 오늘도 온종일 집에서 쉴 거라고 했다. 나는 작업실에 간다고 하고 집을 나섰다. 출근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갈 때는 좋아하는 꽃집에서 꽃다발을 한 아름 샀다. 임신 테스트기를 넣을 작은 봉투도 마련했다. 집에 가서 토토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즐거워했다. '많이 놀랄까? 우는 거 아니야?' 하고.

하지만 집에 도착하니, 내 예상과 달리 토토는 방에 누워 자고 있었다. 약간 김이 새긴 했지만, 선물을 사 왔다면서 토토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토토는 비몽사몽 한 눈으로 봉투를 받았다. 그리고 여전히 누운 채로 "숟가락이야?"하고 물었다.

아니.... 내가 요새 나무 숟가락 깎는다고 목공방에 자주 가긴 했지만 그거 아니야... 아니라고...

다시 잘 보라고 이야기하니,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봉투를 열어보았다.

눈이 조금 동그래진 것 같았다. 그리고는 "우와! 진짜야? 진짜야?"하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토토는 굼벵이처럼 누운 채로 꽃다발도 받았다. 하아...(나의 인내심) 며칠 동안 혼자서 생각이 많았던 터라 안 그래도 정말 얄미웠는데. 일어나라고 했더니 그제야 발딱 일어선다. 이 사람이... 애 아빠가 된다.


여하튼 우리가 부모가 되려나보다.

우리... 잘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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