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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Nov 16. 2019

새로운 세상

2019. 9. 16(월)

몇 해 전에 여성인권진흥원에서 전시작가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작가님과 활동가분들을 처음 만나서 함께 일했던 8개월 동안, 여성들에게 수많은 결의 서사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내가 여성이니까 다 안다고만 생각했는데 모르는, 모를 수밖에 없는 세계들이 있더라. 하지만 내가 그 '모두'가 될 수는 없으니 경험해봐야만 안다고 말하는 것에는 조심스러워진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활동가 선생님과 작가님을 그 후로도 연락하고 지내며 종종 만났는데, 오늘도 모처럼 그분들을 만나고 왔다. 을지로 역에서 만나 약속 장소로 이동하면서 아이 둘의 엄마이신 선생님이 나의 근황을 물으셔서, "선생님, 저 아이가 생겼어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엄청 기쁘게 웃으시며 포옹하고 축하해주셨다. 


임신 소식을 전할 때, 아이를 낳고 길러 본 분들은 축하는 조금 남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눈동자에서 별이 반짝! 하는 느낌이랄까. 마음 깊이 기뻐해 주시는 게 느껴진다. 다른 축하는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그 경험을 해보신 분들만이 지을 수 있는 그런 표정과 느낌이 있다. 그런 따스한 축하는 난생처음 받아보는 것이라서, '아이를 만나는 일은 축복받는 일이구나'하고 여기게 된다. 출산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면서 여러 가지의 축하인사를 받았다. 임신 소식을 듣고 밥을 사주고 싶다며 내 밥 값을 대신 내준 친구, 맛있는 차를 사준 친구, 필요한 물품을 나눠준다는 친구, 임신 기간 동안 필요한 선물을 준 친구, 내가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사다 준 친구, 진심으로 마음을 나눠주는 친구, 그리고 오늘의 포옹까지. 심지어 임부복 삼을 만한 원피스를 사러 갔다가 나이가 지긋하신 직원분께 축하인사와 더불어 할인을 받은 기억도 있다.


이전에 아이를 낳은 친구들에게 내가 건넸던 축하는 어떻게 비쳤을까. 이제 나도 마꼬를 만나고 나면, 누군가 나에게 임신소식을 알렸을 때 눈 속의 반짝임을 가지고 축하할 수 있게 될까? 아직은 알쏭달쏭하고 알 수 없지만, 기분 좋은 발견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쩌면 평생 몰랐을 일이, 마음 따뜻해지는 발견으로 다가와서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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