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튜디오 포카 Nov 23. 2019

예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2019. 9. 21(토)

나는 올해 하반기 동안, 주말마다 마포구의 한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학생들과 동화책 창작을 돕는 예술가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이 달에는 추석과 태풍 주의보 때문에 계획과 달리 수업을 연달아 쉬었고, 오늘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그간 아이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지는 걸 보니 아이들이 보고 싶었나 보다. 늘 작업실에서 묵묵히 혼자서 일하다가 토요일마다 여러 아이들을 만나 말을 하는 일이 가끔은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곁에서 도와주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어쩔 땐 아이들이 나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든다. 붙임성 없는 어른이라 더러 애들한테 미안할 때도 있고... 그래서인지 나처럼 낯가림이 있는 친구들이 더 눈에 띄기도 하더라. 



낯가림이 있는 친구들과 있을 때엔 서로 말수는 적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큰 공통점이 있어 든든하다. 이 나이 때의 학생들을 만나면 간혹 어두운 느낌이 담긴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을 보게 되는데 나는 그 안에서도 좋은 점, 멋진 점을 발견해 전해준다. 나 역시도 어둑어둑한 그림을 연습장에 빼곡하게 그렸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당시의 내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그것뿐이어서, 그렇게라도 표현했어야 했었다.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의 그런 면을 걱정스럽게 생각하시지만, 나는 어떻게든 자기 마음을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해 걱정스럽게 생각하진 않는다. 대신 아이들의 그림을 보고, 평가하기보다는 어떤 작가가 떠올랐는지 추천을 해주거나 좋아하는 작가를 물어보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편이다. 



중학생 아이들에게도 배울 점이 참 많았다. 좋은 양육 환경에서 자라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걸로 보이는 아이들도 있고, 어쩐지 이런저런 것들을 혼자 깨우친 것 같은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마다 느껴지는 느낌이 다 다른데 이 시기에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을까 싶어서, 또 지금 이때가 얼마나 즐거울까도 싶어서, 모두를 매번 예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중학생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약간의 걱정이 있기도 했지만, 마꼬와의 만남이라는 큰 일을 겪으며, 자연히 자잘한 걱정은 내려놓게 된 것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내 마음속에서 부담감을 내려놓아서일까, 아이들에게 말 붙이는 것도 처음보다는 수월해진 것을 느낀다. 예전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일인데... 인생에 새로운 페이지가 열린 것 같은 기분이다. 계약기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까지, 아이들과 잘 활동하고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 중 최고인 학생들인 것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내가 좋은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먹덧과의 작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