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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an 05. 2020

새롭게 심호흡을 하는 것처럼

2019. 10. 15(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개봉을 기다렸던 분들은 김도영 감독님의 단편영화 '자유연기'도 봐주셨으면 좋겠다. '82년생 김지영'의 연출을 누가 맡았을지 궁금했었는데 김도영 감독님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얼마나 기다리게 되었던지! 영화에서는 출산 후 육아에 지친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데, 남편과의 대화가 압권이다. 톡쏘지도, 그렇다고 져주지도 않는 무미건조한 특유의 화법이 일상이 고됨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계속 되뇌게 되었다. 오디션 준비를 위해 옷방에서 해묵은 아코디언을 꺼내 들고 공기를 넣는 장면은 이제야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기분이 아찔했다. 오디션을 마치고, 모유 자국이 남은 티셔츠 차림으로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알싸하게 좋았고. 


'자유연기'는 2018년에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와 정동진 영화제에서 보았는데, 작년에 봤던 독립영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때 보았던 감동과 출산을 앞두고 영화의 장면을 되새기며 새로이 감동을 느끼는 지점이 묘하게 다르고 더 깊이 있게 느껴진다. 언젠가, 마꼬와 씨름을 하며 일상을 보낼 나에게도 새로이 심호흡을 하는 날이 오기도 할 테지. 그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싶다.



김도영 감독의 '자유연기'를 볼 수 있는 링크입니다.
https://www.vlive.tv/video/167280/playlist/168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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