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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an 06. 2020

알다가도 모르겠다

2019. 10. 17(목)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지난주에는 자려고 누웠다가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 소화불량인 것 같아서 약을 먹을 수는 없고, 토토에게 부탁해 손도 땄는데 애석하게도 빨간 피만 나왔다. 물론 체기는 내려가지 않았고, 속에서 신물만 계속 올라와서 누울 수가 없었다. 잠이 들랑 말랑 했다가도 속이 타는 기분이 들어서 벌떡벌떡 일어나곤 했다. 화장실에 가서 토를 해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그것만은 하기 싫어서 따뜻한 꿀물도 마셔보았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쿠션으로 등을 받친 채, 앉아서 새우잠을 자며 밤을 새웠다. 


새벽에 눈이 또 떠졌을 때는 잠자기는 체념하게 되더라. 혹시 재밌는 거라도 있을까 싶어서 휴대폰으로 맘 카페 임산부 방 게시판을 확인했는데, 나와 같은 임신 주수를 겪고 있는 분들이 소화불량을 토로하는 글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댓글에는 이제는 자궁이 위를 누르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는 시기에 도달한 것이라고, 적은 양을 자주 먹는 식사를 해야 한다는 글이 친절하게 달려있었다. 다행히 아침해가 뜨고 나니 속도 가라앉았고, 그 덕에 정오까지 늘어지게 잠들 수 있었다. 한 번 그렇게 혹독한 경험을 한 후로, 앞으로 적게 먹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웬일인지 이번 주에는 먹덧과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식욕이 다시 스멀스멀 되살아 나곤 하는 것이다. 자꾸만 이랬다 저랬다 하고 스스로도 갈피를 못 잡겠는 것이,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다. 이제는 아이를 가졌기 때문에 영양소가 필요해서 배가 고픈 것인지, 임신 초기의 먹덧으로 후덕해진 탓에 어떤 음식이든 더 잘 먹게 된 것인지 가늠이 안될 정도로 헷갈린다. 


오늘도 불현듯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났다... 오이와 당근이 듬뿍듬뿍 들어간 김밥... 양상추... 배는 부른데, 늘 배가 고프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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