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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an 23. 2020

작고, 사랑스러운, 안녕

2019. 11. 12(화)

오늘 오후 5시 20분경, 나는 양화대교 중앙에서 작고, 붉은 ‘안녕'을 보았다. <안녕>은 봄로야 작가님의 개인전 <다독 풍경>의 협업작가이신 김혜연 작가님의 퍼포먼스 제목이다. 작가님의 퍼포먼스는 오늘 단 하루, 오후 5시에서 5시 반 사이, 당산~합정행 열차에서 양화대교를 보았을 때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작가님의 <안녕>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합정과 당산 사이를 세 번이나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처음에는 양화대교의 방향을 반대편으로 착각해서, 두 번째는 작가님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해서 다시 당산역 방향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재차 환승했다. 두 번의 실패 끝에야 봄로야 작가님을 통해 다리의 중간쯤, 빨간 점퍼를 입은듯한 형상이 김혜연 작가님이란 것을 전달받았고, 마침내 작가님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엔 다리 위에 붉고 조막만 한 작은 점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작은 점이 작가님이라 하니, 형체가 더욱 또렷이 보이는 듯했다. 노을 지는 풍경을 뒤로한 채 작가님의 높이 치켜든 한쪽 팔이 씩씩하게 좌우로 움직였다. 나는 작가님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모습을 좇으며 작가님이 서 계신 방향을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열차는 이내 합정역에 들어섰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영영 잊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마꼬도 이 퍼포먼스를 같이 보았다면 즐거워했을까.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더라도 작은 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마꼬와 내가 그런 부분을 같이 즐거워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열차는 점차 퇴근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집으로 가는 길에 김혜연 작가님이 차가운 강바람을 뚫고, 무사히 댁에 귀가하시길 빌며, 마음속으로 작고, 사랑스러운 안녕을 보냈다.


촬영한 영상 보기 링크
https://twitter.com/nariplanet/status/1194258875228155906?s=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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