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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an 28. 2020

무시무시한 임당 검사

2019. 11. 13(수)


말로만 전해 듣던 임당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왔다. 임신성 당뇨로 판정받으면, 후에 관리하는 것이 꽤 힘들다고 들어서 제법 긴장이 되었다. 병원에 도착해 늘 하던 대로 체중과 혈압을 쟀고, 채혈실에 들려 '클루 오렌지'라는 작은 음료를 받았다. 선생님은 이 음료를 마시고 한 시간 후에 채혈을 하러 오라고 했다. '뭐 그쯤이야' 싶은 마음에 호기롭게 마시다가 첫 한 모금에 음료를 뿜을 뻔했다. 음료의 맛이 너무너무 달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아주 못되고 못된 단맛이랄까... 오늘따라 검사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살면서 나를 이렇게도 많은 곳에서 호출해줬던 적이 있었던가... 인기인이 되었음에 씁쓸해하며 토토와 부지런히 엘리베이터를 탔다.

임당 검사용 시약을 다 마셨고 그 사이 산부인과 진료를 보았다. 그 후에 소변, 채혈 등의 검사를 마쳤다. 가장 크게 걱정되었던 임당 검사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오늘 저녁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이전에 갑상선 항진증이 의심된다고 해서 검사를 한 번 더 했었는데, 정상 범위 밖으로 수치가 오를까 염려했던 갑상선 호르몬도 다행히 정상이란다.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이었다. 항진증이 의심된다고 하여 외과를 방문해 상담을 받았을 때에 수치가 정상범위가 아니더라도, 당장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었다. 근력처럼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니. 호르몬은 참 어렵다. 아니, 임신의 과정이 참 어렵다. 내 몸인데도, 산모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고, 또 놀라운 것은 경산부의 경우에는 초산 때와 또 다른 임신 증상을 겪는다고 하니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감기약도 처방받았다. 요 며칠 피곤하다 싶었는데, 한 달 전, 토토랑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음에도 감기에 걸려버렸다. 나는 예방주사를 맞으면 감기는 다 피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독감과 그냥 감기는 또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어느 날, 토토가 시름시름 앓더니 다음 날 바로 감기에 옮아버렸다. 감기에 걸린 날, 자다가 새벽에 온몸이 건조해서 눈이 떠졌다. 빨리 나으라고, 토토가 보일러 온도를 한 껏 올렸던 모양이다. 방도 건조하고, 코랑 목구멍은 잔뜩 부어올라 호흡이 어려웠다. 베개를 베고 누우면 숨이 턱턱 막혀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는데 숨이 안 쉬어지니까 쉬지도 못하겠고 눈물이 핑 돌더라. 영유아들이 감기에 걸리면 왜 그렇게 자지러지게 우는 건지 사뭇 이해가 됐다. 아프니까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크다. 작게만 보였던 일상을 겪으며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병원에서 당뇨 수치에 이상이 있다면 오늘 저녁까지 문자를 넣어준다고 했는데 다행히 문자가 안 왔다. 무소식에 기뻐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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