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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an 21. 2020

집에 올 때 우유 좀 부탁해요

2019. 11. 11(월)

오늘은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야 했다. 락토프리 우유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흰 우유라면 동네 편의점에서 사도 되지만, 우리 집 털 동생 포카랑 같이 먹을 수 있는 유당이 분해된 락토프리 우유는 지하철 역 근처 큰 마트에서만 판다. 요즘 단백질을 챙겨 먹으려고 노력 중인데 뭔가를 챙겨 먹기가 번거로울 때는 두유와 우유로 때우고 있다. 나는 요즘 거의 매일 아침식사로 우유와 찐 고구마를 곁들여 먹는다. 포카도 꽤나 좋아하는 메뉴라서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다.  



사실 나는 임신 전에 페스코 베지테리언 식단을 2개월 정도 실천하고 있었다. 당시에 오랫동안 쉬었던 운동에도 열심이었고, 점차 몸이 활력을 찾았는지 어느 날 예기치 못하게 마꼬가 찾아왔다. 서른 중반에 아이가 생긴 데다 영양제 챙겨 먹는 걸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단백질 함유량이 낮으면 혹시라도 영양 불균형이 올까 봐, 먹고 싶을 때에만 육류를 섭취한다. 그나마 마꼬가 고기만 고집하는 식성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간혹 임산부들 중에는 평소에 싫어하던 음식을 임신 중에 찾아 먹게 되는 경우도 있다던데, 그런 면에서 아삭한 양상추와 콩나물, 김치 조림을 좋아하고, 돼지고기는 먹기를 거부하는 이 조막만 한 아이에게 약간의 파트너십과 함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오늘 토토는 야근을 하고 늦게 돌아왔다. 오늘이 빼빼로 데이라며 나를 보자마자 가방에서 막대과자를 꺼내 주었다. 며칠 전부터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소소하지만 살뜰히 챙겨주는 토토의 고마운 마음에 기분이 나아졌다. 우리는 티브이를 보면서 막대과자를 나눠먹었다. 마꼬는 태어나면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앞으로 우리 부부가 퇴근길에 락토프리 우유와 어떤 것을 사서 집으로 오게 될지, 문득 궁금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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