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째 새벽에 잠이 깬다.
늘 2시, 2시반 그 즈음이다.
어둠 속에서 두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포지션을 확인하고 남편도 잘 자는지 돌아본 후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쉽게 다시 잠이 들지 않는다.
30분 넘게 핸드폰을 붙들고 있다가 그것도 고역이라 차라리 거실로 나와 소파에 눕곤 한다.
가로등이 켜진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 보면 새삼 이 집이 멋지게 느껴지고
살짝 문을 열면 알싸하게 콧등을 때리는 새벽 냉기도 신선하다.
털 담요를 목 끝까지 올리고 널찍한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를 켠다. 너무 집중해야 하는 것 말고 쉽게 볼 수 있는, 영상이 아름다운 컨텐츠를 틀어놓고 옆으로 누워 시청하다 보면
티비 화면의 밝기만큼 밝은 무엇인가가 내 시선을 끈다.
달이다.
누워서 올려다보면 보이는 곳에 달이 있다.
곁눈질로 흘끔, 달이네. 하고는
다시 티비를 보다 하늘을 다시 올려다 보면,
어느새 한 뼘이나 오른쪽으로 이동한 달을 발견하게 된다.
해시계, 달시계 라더니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고, 달은 지구의 주위를 돈다더니 그게 정말이구나.
그리고 또 한뼘. 또 한뼘.
부지런히 어두운 하늘을 걷는 둥글고 밝은 달이다.
은우와 병실에 있을 때도 밤에 걷는 달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었다.
불을 캄캄하게 다 끄고, 이리 저리 뒤척이는 아이를 안았다가, 눕혔다가, 토닥이다가 ,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 후에 아이가 잠들고 나면 그제야 살짝 침대에서 내려와 병실을 둘러본다.
분명 불을 다 껐는데도 병실은 참 환했다. 창밖의 달빛이 어찌나 밝은지, 한참 창가에서 달을 올려다보고, 야간 운행을 하는 택시 스탠드를 구경하고, 멀리서 급히 달려오는 앰뷸런스도 보다가 보호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천장에 달린 형광등처럼 밤하늘의 달은 눈부셨다.
핸드폰을 보다 달을 보다
핸드폰을 보다 달을 보다
잠이 오지 않던 밤들
달이 열심히 걷는 모양을 나도 열심히 지켜보았다.
시간이 가고 있다.
밤이 깊어가고 있다.
아이야, 편안히 달콤한 잠을 자렴.
아침에 우리 웃으며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