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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 Oct 27. 2023

무서워서 나는 매일 뛰었다.

불안해진 내 삶을 감내하는 법

공무원을 퇴사한 다음 날부터 나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원래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라 퇴사하면 어느 정도의 불안을 겪어야만 할 거라고 스스로 생각은 했다. 하지만 단 하루도 즐기지 못하고 불안해 하는 모습이라니. 


이미 각오는 되어있었다. 나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공무원을 그만두었고, 그 안에서 영혼없이 시간을 보내며 나에게 맞지 않는 삶을 사는 게 싫었다. 그 자리는 나에게 안정적인 삶을 보장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무서웠지만 나는 다른 대책도 없이 그 곳을 떠났다.


퇴사 다음날부터 나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났다. 회사다닐 때도 새벽기상을 계속 시도했었지만 꾸준히 이어나간 적은 없었다. 피곤한 날은 패스, 업무가 많은 날이면 에너지를 비축해야 하니 패스. 새벽에 일어나지 못할 여러가지 이유가 항상 있었다. 아이들보다는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마쳐야하니 딱 그 시간만큼만 일찍 일어났다. 그렇게 출근을 해도 항상 9시가 임박해서야 사무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퇴사 후 나는 더 긴장한 탓인지 4시 반부터 설정해놓은 알람이 울리면 5시 전에는 꼭 일어났다. 그 시간에 일어나 잠을 좀 깬 후 그 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내가 새벽시간에 꼭 하고싶은 일들이었다. 이렇게 2시간 정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진 후, 나는 다시 엄마로 돌아와 아이들을 깨우고 등교 준비를 챙겼다. 아이들을 보내고 혼자 간단히 아침을 먹고나면, 잠시 눌러두었던 불안이 다시 올라왔다. 앞으로 대출은 어떻게 갚지, 내년에 집은 어떻게 구하지 등등의 현실공포들. 갑자기 숨을 쉬는 게 불편해진다. 나는 몸을 움직여야 했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집 앞 공원에 나가 뛰기 시작한다. 예전에 퇴사를 고민할 때도 나는 틈날 때마다 뛰었다. 그러고나면 생각이 정리되고 불안했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퇴사 후에도 나는 매일 뛰어야만 했다.


다행히도 내가 퇴사한 이 계절은 너무나 예쁜 가을이다.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퇴사했으면 이렇게 계절을 누리고 있지는 못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감사해진다. 그리고 나의 생각회로가 다시 긍정적으로 돌아간다. '그래 나는 이제 진짜 나의 삶을 사는 거야. 그동안의 안정적이지만 아무 것도 못했던 삶에서 불안정하지만 나로 살아가는 삶. 난 이제 내가 해보고 싶은 어떤 일이든 시작할 수 있어. 이렇게 살아보는 건 또 처음이잖아? 그러니까 나도 당연히 걱정되고 불안하고 적응기가 필요한거지. 이건 당연한 불안이야. 내가 뭐든 실행하고 행동하면 이 불안도 점점 없어질거야.' 라고 나를 달랜다.


어느새 힘을 얻어 집으로 돌아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앞으로도 나는 매일매일 이렇게 나를 일으켜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삶을 살기로 결심한 이상 어쩔 수 없다. 이 불안도 내 진짜 삶의 일부이니까. 나는 매일 뛰면서 나를 일으킬 것이다. 진짜 나로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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