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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칠 Jul 03. 2019

한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190702/12:28

두리번거리며 적당한 좌석을 찾는다. 뒤이어 한 여자도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그들은 무언의 합의를 마치고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다.

 "어서 오세요."

아르바이트생이 그들을 건조하게 맞이한다. 조금은 웃어줘도 괜찮겠다고 아르바이트생은 생각했다. 메뉴판을 가져다주며 그들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전에도 몇 번 가게를 찾았던 준 단골의 손님이었다. 이번 맥주집에서는 일 년이 넘게 일을 한 덕에 꽤 친해진 손님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아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남자와 여자는 여느 때와 같이 생맥주 2잔에 노가리를 주문했다. 이번엔 다른 메뉴를 시키려나 그들을 곁눈질하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은 다르지 않은 주문을 받고 내심 기뻤다. 초 여름, 아직은 에어컨을 틀지 않은 가게 안에서 불 앞에 오래 서있지 않아도 되는,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메뉴였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은 차갑게 얼려둔 500ml 잔을 꺼내 들고 생맥주 기계 앞으로 갔다. 기계의 노즐에 잔을 대고 조심스레 손잡이를 밀자 맥주가 밀려 나왔다. 술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깨달은 점 하나가 바로 생맥주는 매우 예민한 녀석이라는 것이다. 조금만 대충 따르면 하얀 거품이 물밀듯 올라와서 손님에게 내갈 수 없는 맥주가 되어버린다. 이제는 적당히 요령이 생겨 맥주잔을 하얀 거품으로 채우는 일은 현저히 줄었다. 

"맥주 먼저 나왔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은 여자와 남자에게 맥주를 가져다주었다. 남자는 맥주를 보더니 "아."하고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아르바이트생은 서둘러 노가리를 굽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투명 봉지로 쌓인 노가리는 냉동실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 막대기에는 여덟 마리의 노가리가 줄지어 꽂혀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은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들고 냉동실 문을 닫았다. 여덟 마리의 노가리들은 모두 동그랗게 치켜뜬 눈으로 같은 방향을 보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다들 놀란 눈치였다. 혹은 건조장에서 일부러 노가리를 이런 모습으로 말리는지도 모르겠다. 

 접시에 매운 고추를 썰어 넣고 간장과 마요네즈를 담는다. 바로 가스 불을 켜고 석쇠에 노가리를 끼워 넣었다. 거센 불에 머리부터 구웠다. 노릇하게 구워지는 동시에 비릿하면서도 구수한 노가리의 냄새가 주방 밖으로 비죽비죽 새어나갔다. 몸체가 작은 생선이기에 조금만 구워주면 된다. 마지막으로 금세 노릇해진 노가리를 접시에 무심하게 담았다. 남자와 여자는 노가리가 곧 나올 것임을 냄새로 이미 아는 듯 싶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의 시선마저도 느껴진다. 냄새가 많이 나는 안주는 다른 손님들의 입맛도 돋우는 법이다. 

 여자는 고추 소스가 매웠던지 마요네즈만 따로 담아줄 수 있냐고 물었다. 아르바이트생은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이고는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여자는 매운지 연신 손으로 부채를 부쳤다. 

 남자는 맥주를 하나 더 주문했다. 동시에 감자튀김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물었다. 아르바이트생은 잠시 생각을 하곤 대답했다. 

"얇은 감자랑 굵은 감자를 섞어서 써요. 기름에 바삭하게 튀기고 접시에 담은 다음 향신료로 간을 해요. 케첩을 같이 드려요."

 남자와 여자는 감자튀김도 주문을 했다. 초반에 한참을 고민한 이유가 이 감자튀김 때문이었나 보다. 

 여자와 남자는 안주와 술을 모두 비웠다. 남자는 계산을 하며 아르바이트생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지금껏 먹었던 그 어떤 생맥주와 노가리보다도 가장 맛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각이 날 때마다 와서 먹었다고, 앞으로도 관리를 잘해 달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감사 인사에 아르바이트생은 놀랐다. 당혹스러웠고 또 기뻤다. 자나깨나 가게 걱정이었던 사장님의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사장님의 노고를 손님이 알아주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생도 가게를 나서는 남자와 여자에게 말했다.

"알아주셔서 저희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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