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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Oct 29. 2021

2021년 가을 근황

바빴다는 핑계 1

브런치에 오랜만에 들어왔다. 

마지막 글을 보니 날짜가 7월이다. 11월을 코앞에 둔 10월 말이니 3달이 넘게 안 쓴 것이다.

물론 핑계는 많다. 


2년간 함께 살았던 시어머니와 분가를 하게 되어서 나도 이사를 했고, 시어머니 이사도 도와드렸다(살다 살다 도배도 처음 해보았다). 이사하고 얼마 안 있어 백신 2차 접종을 했는데 며칠간 몸살처럼 아파서 끙끙댔다. 이게 이사 후유증인지, 접종 후유증인지, 생리 후유증인지 알 수 없게 3개가 겹쳐버려서 끝내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며칠 아프고 낫기는 했으나 기력이 많이 떨어져서 한동안 흑염소와 각종 건강식품을 검색했다. 살까 말까 망설이며 통장 잔고만 들여보다가 이 모든 것은 운동 부족이라는 생각에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마음만 먹고 여전히 안 하고 있으며, 간간이 음주를 즐기고 있다.


육아휴학(?)으로 3년간 쉬었던 방통대 농학과에 복학을 했다. 총 6과목을 신청했는데 3과목은 중간 과제물을 내고, 3과목은 온라인 출석수업을 들었는데도 과제를 내라고 해서 시킨 대로 하느라 정말 성질나면서, 정신없었다. 과제 1개당 A4 4장 분량이어서 자료 찾고 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특히 생물통계학 과제는 두고두고 기억이 날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 20여 년 만에 제곱근, 루트 등의 수학공식을 이용해서 계산문제를 풀었다. 그 간단한 공식들이 기억이 안 나서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했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 계산 자체는 어렵지 않았으나 숫자가 많고 소수점 아래로 죽죽 떨어지다 보니 계산이 번거로웠다. 특히 그래프는 컴퓨터로 그리기 힘들어 직접 자 대고 그려서 스캔해서 문서 파일에 삽입했다. 이 과목만큼은 A를 받아야겠다고 벼르고 있다. 과연 내가 A를 받을 상인가...  

    

1학기부터 해오던 학교 텃밭 수업을 2학기에도 계속하느라 매주 PPT 만들기의 지옥, 수업 당일 아침까지 일기예보 확인하기 지옥, 애벌레와 진딧물 색히들이 작물 안 뜯어먹나 걱정하기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새로 들어온 숲 체험 수업도 짧고 굵게 했다. 덕분에 등산 열심히 했다. 살은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그대로다. 


매달 1편씩 쓰는 사보 원고를 제출했다. 9,10월은 마감 일자가 당겨져서 마음이 급했지만 늘 그랬듯 마감을 지켰다. 마감 하나는 잘 지킨다. 널리 널리 소문났으면 좋겠다.


써놓고 나니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지만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는 눈이 퀭해질 만큼 정신이 없었다. 이사하고 주문한 서랍장이 한 달 동안 안 와서 취소하고, 모던하우스에서 다시 주문하고 배송받느라 이사 정리가 한 달 반이나 걸린 것도 있다. 서랍장이 없어서 비닐봉지에 쑤셔놓은 옷들을 돌려막기 식으로 입다가 갑자기 영하로 떨어져서 겨울 옷 꺼내고 빨고 말리고 등등 주부의 고뇌와 수고와 짜증도 중간중간 있었다. 과인은 살림 체질이 아님을 매일 확인한다. 


11월에 한가해지면 브런치에 집중하자 했는데 7월에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중단되었던 그림책 수업이 다시 재개되어 이제 그림을 열나게 그려야 한다. 3강밖에 안 남아서 3주 안에 다 그려야 한다. 방통대 기말 시험이 12월 초라 11월 내내 공부도 해야 한다. 시험 범위는 책 한 권 전체. 1주일에 1과목씩 공부하면 되겠다 했건만 11월은 5주라 1과목은 공부할 시간이 없다. 5주 안에 6과목 다 하려면 빨리빨리 공부해야 한다. 

결론은 11월도 바쁘다는 말. 


아무리 그래도 브런치를 방치하지 말자고 다시 각오를 다진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놓치면 안 되지. 

생업과 글쓰기와 다소 따로 놀다 보니 글쓰기가 자꾸 뒷전이 되어버린다. 

방통대 복학하고 나니 지금은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이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 기왕 시간과 돈 들여서 공부하니 제대로 하자는 생각도 있다. 그간 너무 부실하게 공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허나 교수님은 학생들이 다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강의를 하신다. 척척박사들은 척척고졸과 척척학사를 배려하지 않는다. 난 고등학생 시절 이과였지만 수능을 문과로 쳐서 문과생이나 마찬가지였다. 내년에 졸업이라 이대로 졸업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크다. 할 때 제대로 해야지. 나는 늘 대충대충이었다. 


공부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잘 버무려봐야겠다. 그나저나 무슨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 중이다. 

마무리 못한 매거진들도 마무리해야 하고. 


바쁘다는 핑계 시즌 1은 여기까지. 곧 시즌2로 찾아올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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