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웹툰 <화산귀환> 2부가 다시 시작되었다. 1부의 이야기를 마치고 얼마 간의 휴식기를 갖은 뒤 다시 연재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복귀하자마자 곧장 수요웹툰 1위는 물론, 전체요일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화산귀환>이 연재 하루만에 매출 4억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왔다. 웹소설은 누적 매출 400억으로 이미 웹소설계의 정상에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웹소설 기반 웹툰이 웹툰판까지 정평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필자는 이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웹소설 <화산귀환> 표지
사실 웹소설과 웹툰 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보이기보다는 더딘 성장세로 들어서고 있는 듯 보인다. 이는 웹툰/웹소설 시장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오히려 일찌감찌 침제기로 접어든 다른 문화산업에 비해 웹툰과 웹툰 시장은 여전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칭찬해야 한다. 아직도 웹소설이 장밋빛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웹소설이 ip로서의 강점을 가장 잘 활용하는 문화콘텐츠일 것이다.
그래서 다른 웹소설 전독시, 나혼렙, 멸이세, 광마회귀, 나노마신 등이 각각 웹툰화와 함께 순위권에 들 수 있었던 것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었다. 1위는 어려워도 중간정도는 가능하다고 봤다. 그런데 화산귀환의 전체 1위는 어떻게? 그 많은 오리지날 웹툰을 제치고? 다소 의아했다. 그에 대한 진단을 내 나름대로 내려봤다.
첫째, 그림체의 혁신이다. 알다시피 원래 웹소설 화산귀환은 남성향 소설이었다. 전형적인 양상의 전개에 다소 현대적인 감각도 뒤섞인, 그럼에도 전체적인 인상으로는 여느 무협지와는 다를 바 없는 왕도였다. 그래도 충분히 필력이 탁월한 작품이었기에 웹툰이 일정한 순위권을 확보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눈여겨 볼 점은 스튜디오의 결정인지 혹은 네이버 웹툰팀의 결정인지 모르겠지만, 그림체를 픽스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웹툰 고수나 여타 많은 무협소설에서처럼 여타 전형적인 무협소설처럼 남성향적인 스타일의 그림체를 취하지 않고 '둥글둥글한 그림체'를 선택했다. 그 결과 청명은 기존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엄청난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개구장이 느낌을 지닌 다채로운 캐릭터로 탄생한다.(전혀 위화감이 없다!) 확실한 것은 이전에 웹소설에서 연상했던 이미지와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 선택에는 여성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끔 유도하려는 전략적인 기획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과, 화산귀환은 기존의 남성향의 선호에 이어,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여성층까지 흡수하게 되었다.
미리보기 분량이나 현재 진행을 보더라도 아쉬움이나 불만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화산귀환의 독보적인 질주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충분히 전략의 성공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웹툰 <화산귀환> 표지
둘째, 스토리의 강점이 두드라진다. 이것은 웹툰판 자체를 놓고 보기보다는 웹소설 원작이 아닌 웹툰과 놓고 비교했을 때 더욱 큰 차별점으로 느껴진다. 필자는 웹툰을 볼때 <미생> 등의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스토리가 들쭉날쭉하게 오가는 경험을 상당히 많이 느꼈다. 이는 아무래도 웹툰이 스토리와 함께 작화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하다보니 겪게 되는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그래서 박태준의 <외지주>나 박용제의 <갓오하> 그 외에도 여러 다양한 웹툰들이 때때로 놀라운 작화를 보여주곤 했지만, 가끔 스토리에서 사고가 일어나 파워 인플레나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오류를 종종 보기도 했다. 이것은 결국 스토리 작가를 따로 영입한다고 해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 언제나 첫 시도일 수밖에 없는 원작의 난제이다. (화산귀환 웹소설도 스토리 측면에서 많은 비판이 있다.)
그러나 웹툰으로 넘어오는 웹소설은 이미 많은 내용이 확보된 상태에서 스토리 수정이 이뤄진다. 이는 이미 선행 소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스토리의 강약조절과 더불어 어느 지점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OSMU와 스토리 재가공에 있어 대단히 큰 이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척 보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의외로 많은 웹소설 기반 웹툰이 이런 이점을 활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카카오 페이지 웹툰 <비뢰도>는 이 부분에서 전형적인 실수를 답습하고 있는데, 2000년대 원작 소설인 <비뢰도>가 그렇듯이 늘어지는 전개와 세세한 묘사에 유달리 집중한 것은 사실이나, 분명 오늘날 매체전환을 시도하면서 많은 가지치기와 각색이 이뤄졌어야 했다. 당시의 관객과 오늘날의 관객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활자로 보던 시대의 관객들은 좀 더 느린 호흡으로, 인물들 간의 이야기나 상황 묘사를 즐기는 경향이 존재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런 호흡을 견디지 못한다. 간결한 묘사와 대화, 그리고 새로운 사건들으로의 진입을 통해 독자들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웹툰 <비뢰도>는 스토리 팀의 과감한 결단이 부족했다고 하겠다.
결과적으로 화산귀환은 웹소설이 갖는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화려한 액션과 캐릭터의 매력을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웹툰이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 화산귀환의 성공을 기반으로 더더욱 많은 웹소설이 웹툰으로 뛰어들지 않을까 싶다.
이상으로 웹툰 화산귀환의 전략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매체변환은 문화산업에서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전략이며 또 실제로도 상당히 유효하다. 그러나 이러한 변환에 있어 새로운 독자층을 흡수하려는 발상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좀 아쉽게 느껴졌는데, 이번 화산귀환은 그러한 전략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다양한 웹소설의 IP 변환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사실 분석이랄 것 까진 없고, 그냥 단지 웹소설 <화산귀환>이 웹툰 판에 들어와서도 독보적인 질주를 보여주길래 간단히 작성해 보았다. 그동안 칼럼을 너무 쓰지 않았기도 했고. 아무래도 현생이 너무 바쁘다 보니까 다소 소흘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