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잠

정희재 지음

by 나로작가

'잔다는 건 결핍과 욕망의 스위치를 잠깐 끄고 생명력을 충전하는 것. 잡념을 지우고 새로운 저장장치를 장착하는 것. 쓰라린 일을 겪고 진창에 빠져 비틀거려도 아주 망해버리지 않은 건 잘 수 있어서다. 잠이 고통을 흡수해 준 덕분에 아침이면 '사는 게 별 건가'하면서 그 위험하다는 이불 밖으로 나올 용기가 솟았다.

잠이 무슨 죄가 있나. 졸리면 자야지. 애초에 잠이 문제가 아니라 잠자는 대신 뭔가 쓸모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괴로웠던 거지.

잠은 이기적인 일이며, 어느 누구와도 나의 잠을 함께 나눌 수 없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 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밤'과 '자기만의 오롯한 잠'도 필요하다.

인간의 복지는 거창하고 복잡한 것에 있지 않다. 몸에 익은 공간에서 마음 편하게 잘 수 있는 루틴이야말로 일상의 진국, 찐 행복이다. 사실 우리는 그걸 유지하기 위해, 혹은 좀 더 나은 조건의 루틴으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피 땀 눈물을 바치며 일생을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사치스러운 소망이 생긴다. 괴로움이 오더라도 품위 있게 받을 수 있기를. 미쳐버릴 것 같은 불안한 영혼으로도 위엄을 간직하기. 곤란과 비참을 억누르거나 억지로 극기하려 않고, '있을 수 있는 일'이 내게도 왔음을 받아들이기. 운명을 헤쳐나가면서도 온화함과 편안함을 잃지 않기. 흔들리고 헤매면서도 타인을 다치게 하지 않기. 하지만 숙면 없이는 최소한의 내면조차 가질 수 없다.'


삼일 밤을

뜬 눈으로

내리 보내고 나서야,

'내가 아프구나.'

깨닫고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팽팽하게

한계까지 곤두서있던 신경줄이

결국 못 버티고

탁!

끊어진 기분.


어쩜 이리 어리석은지.

그 이후로

저의 1순위 과제는

'잠 잘 자기'.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깊이 잘 수 있나?'

'나만 이렇게 못 자는 걸까?'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이

가슴을 가득 채웠던 때에

운명처럼 만난 책.


숙면이 어려워

괴로운 밤을 보내고 있다면,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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