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 다른 보
서울 7979 클럽에서 단체 달리기를 한다.
오르막길을 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무거워진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를 때, 페이스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보폭을 작게 하세요. 보폭이 크면 에너지 손실이 큽니다."
그 말에 호흡을 가다듬고 내 걸음을 살핀다. 작은 보폭으로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을 반복한다. 리듬감 있게, 더 효율적으로.
발걸음이 이어질수록 생각도 함께 흐른다.
평소에 일이 많은데 새로운 프로젝트가 들어왔다. 늘 그랬듯 평소보다 더 일을 많이, 잘 해내고 싶었다. 그렇지 못하는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처리 속도가 느린 건 일을 못하는 거라 여겼다.
그런데 오르막길을 오르며 문득 깨달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정도가 바로 이 오르막길에 서 있는 상황이었구나. 그런 나를 내가 밀어붙였던 거구나.
마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면서도 평지에서와 같은 속도와 보폭을 기대했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했던 나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러닝화가 아스팔트를 누를 때마다, 삶의 작은 진리가 내 안에 각인된다.
오르막일 때는 보폭을 작게!
힘든 일은 여러 개로 잘게 쪼개기!
때로는 느리게 가는 것이 더 빨리 도착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작은 성취들이 모여 큰 산을 오르게 하는 법을 오늘도 몸으로 배운다.
7979 클럽에서의 달리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발걸음은 가볍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선명하다.
나의 페이스를 찾는 여정, 오늘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