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러닝에서 찾은 삶의 균형

같은 길, 다른 보

by 나르샤

서울 7979 클럽에서 단체 달리기를 한다.


오르막길을 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무거워진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를 때, 페이스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보폭을 작게 하세요. 보폭이 크면 에너지 손실이 큽니다."


그 말에 호흡을 가다듬고 내 걸음을 살핀다. 작은 보폭으로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을 반복한다. 리듬감 있게, 더 효율적으로.


발걸음이 이어질수록 생각도 함께 흐른다.


평소에 일이 많은데 새로운 프로젝트가 들어왔다. 늘 그랬듯 평소보다 더 일을 많이, 잘 해내고 싶었다. 그렇지 못하는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처리 속도가 느린 건 일을 못하는 거라 여겼다.


그런데 오르막길을 오르며 문득 깨달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정도가 바로 이 오르막길에 서 있는 상황이었구나. 그런 나를 내가 밀어붙였던 거구나.


마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면서도 평지에서와 같은 속도와 보폭을 기대했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했던 나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러닝화가 아스팔트를 누를 때마다, 삶의 작은 진리가 내 안에 각인된다.


오르막일 때는 보폭을 작게!

힘든 일은 여러 개로 잘게 쪼개기!


때로는 느리게 가는 것이 더 빨리 도착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작은 성취들이 모여 큰 산을 오르게 하는 법을 오늘도 몸으로 배운다.


7979 클럽에서의 달리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발걸음은 가볍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선명하다.


나의 페이스를 찾는 여정, 오늘도 계속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