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르샤 Mar 25. 2021

중딩이랑 초딩이랑 한라산을 다녀왔다고?

엄마의 인생 새로고침 프로젝트

 


 “오케이, 가면 되지!” 제가 호기롭게 외쳐봤습니다. 백록담에 다녀온 친구의 이야기에 중학생 딸이 가보고 싶다는 말에 저의 대답입니다. 옆에 있던 막내가 한라산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간식을 많이 사준다는 말로 우리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집에 있는 세 여자가 한라산을 갈 마음에 신났습니다. 우리의 계획을 들은 후 남편은 주말은 걷기로 제안합니다. 엄마 혼자서 걷던 행동은 가족과 함께 걷기로 확장되었습니다.  




 여행 당일 태풍 링링이 서울을 강타했습니다. 날씨가 심상치 않자 아이들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습니다. “예수님, 제가 이럴 때만 기도하는 것 같아요, 저희 제주도 꼭 가게 해 주세요. 가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렸습니다. 아멘.”

오전 315대의 비행기가 결항되었습니다. 우리는 17시 비행기, 항공사로부터 결항되었다는 인증서를 받아야만 숙박과 카렌트 비용을 100% 환불 받을 수 있습니다. “공항에서 결항 소식을 들을지도 몰라. 공항 구경이나 한번 하고 오지 뭐!”    




 집 근처 오거리에서는 간판이 날아갔다는데,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우리는 캐리어를 끌고 여행을 갑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비행기 연착으로 대기 중인 사람이 많습니다. 티켓 수속 과정이 막힘없이 진행이 됩니다. 우리가 탑승할 비행기부터 이륙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아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제주도에서의 5박 6일 동안의 날씨는 `비,비,비,맑음,비,맑음`입니다. 4일차만 한라산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날입니다. 둘째 딸은 제주도 도착한 날부터 고열이 납니다. 저는 허리가 좋지 않습니다. 늦은 밤, 아이를 간호 하는데 잠이 쉽게 오지 않습니다. <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 책을 봤습니다. 안나푸르나에 갈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그 높은 고지에서 밀크티를 마셔보고 싶은 충동을 안겨줍니다. 8000m 안나푸르나 이야기를 읽으니, 한라산은 동네 뒷산으로 여겨집니다. 1년 살기 라마님도 생각났습니다. 허리 디스크로 아픈데, 강의하는 상황에서 약을 먹고 끝까지 스피치를 마쳤다고 했습니다. 아파서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을 이겨내 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시작 합니다> 책은 1년 살기 멤버들이 공저로 낸 책입니다. 작가가 된 성공의 경험이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래,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나서보자!” 저는 속으로 힘주어 말해봅니다.     


 


 여행 4일차. 맑은 날씨처럼 신기할 정도로 가족의 컨디션이 좋습니다.  

성판악 입구 - 속 밭 - 진달래 밭 대피소 - 정상 백록담 코스입니다. 진달래 밭 대피소에 12시 30분까지 도착을 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해발 1800m정도 고지가 되자 태풍 링링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우뚝 솟은 나무는 부러져 있고, 땅에 붙은 글라스들은 편하게 누워있습니다. 풀, 꽃, 돌 등이 어우러진 하늘 정원을 보며 평온함을 느낍니다. 앞장서서 어떤 일을 시도했을 때,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우리네 삶과 닮았습니다.     

아이가 등산하며 묻습니다. “엄마, 올라가서 뭐해?”

“정상에서 기쁨을 느끼고 간식을 먹고...”

“그리고는?”

아이는 더 많은 이야기를 원하지만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정상을 잠깐 보는 허무함이 아닙니다. 산을 오르는 과정, 정상 도착, 내려오는 과정에서 생기는 단단함이 있습니다.



 

 말없이 묵묵히 걸어간 시간이 쌓여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 손을 들어 올려 서로 손바닥을 쳤습니다. 어려운 미션에 함께 도전을 해서 성취한 경험은 가족을 끈끈하게 이어주었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아빠에게도, 함께 등반한 아이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정상의 시원한 바람, 강렬한 햇살은 기분을 더 없이 좋게 해주었습니다. 백록담의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습니다. 고인 물도 태풍 링링이 준 선물이었습니다. 한라산 정상 표석에서 독수리 오형제처럼 멋있게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순간, 마음은 백두산도 갈 수 있겠습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들에게 엄지 척 합니다. 아이들에게 등반 비결을 물었습니다.

첫째는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올 것 같았어.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 다시는 못 올 것 같았어. 그래서 속으로 끝까지 가고 말거야 라고 생각했어.”

큰 딸의 등반 비결은 내적 동기부여와 목표에 대한 결심입니다.    




 둘째는 어른들에게 “넌 큰 사람이 될 거야!” “대단하다” 칭찬을 듬뿍 받았습니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았어. 그래서 점점 올라갈수록 힘이 났어. 해피 바이러스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어. 처음 보는 나에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힘을 준다는 게 완전 신기했어.”

둘째의 등반 비결은 칭찬과 응원입니다.    




 남편과 첫째아이는 성판악탐방 안내소에서 한라산 등반인증서를 받기 위해 먼저 하산했습니다. 둘째와 저는 우리만의 속도로 내려갔습니다. 화산암인 뾰족하고 울퉁불퉁한 돌을 밟으니 다리가 후들후들합니다. 성판악 입구에 도착하니 남편과 첫째가 두 팔 벌려 반겨 주었습니다. 모두 얼싸 안았습니다. 산 정상에서 헤어진 지 4시간 만입니다. 가족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는 겁니까!


오전 7시 20분 등산 시작. 오후 5시 40분 하산 완료.



잠자리 들기 전 가족 모두 손을 모으고 기도 드렸습니다.

" 주님, 참 감사합니다. 태풍, 둘째의 고열, 한 달 전 엄마의 교통사고라는 많은 사건이 있었는데, 이렇게 한 가족 모두 모여 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 안전하고 즐겁게 다녀올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은 눈뜨고 꿈을 꾸는 날이라더니, 딱 그런 날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단 시작해!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