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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Oct 26. 2024

"핸드폰이 내 말을 잘 안 들어요!!"

스마트폰아.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을 가르친다.

오늘 간 곳은 연령층이 높은 경로당이다. 막내가 80대 초반이다. 남자 어르신만 계신다.

 

스마트폰의 이해도가 높아서 ktx예매가 하고 싶다는 분도 있다. 대부분은 잘 사용하고 싶으나 마음과 같지는 않다고 하신다.


스마트폰과 친해지기의 첫 번째 관문은 터치다.

일단 힘이 많이 주어진다.

아무래도 똑딱하고 버튼을 누르던 세대라 그러한 것 같다.

터치법을 여러 번. 알려드린다.

"손에 힘을 주지 않고

얼굴에 톡톡톡! 해보세요~~" 말하며 강사가 먼저 선 보인다. 피부가 들어가면 힘이 주어지는 거라 안됩니다. 가져다 댄다는 정도. 힘이 들어가 지 않아요!


힘이 너무 많이 주어져서 오류

길게 터치해서 오류

손 끝 두터운 부분이 인식이 되어 오류

손톱으로 튕겨져서 오류

따라다니던 다른 손가락이 화면을 스쳐서 오류


잘 되는 건 이유가 없는 것 같은 데

잘 안 되는 건 이유가 100만 가지다.


터치가 잘 되는 어르신이

"아~~ 그래서 핸드폰이 내 말을 안 들어줬구나

거 참 세심하다야! 이제 스마트폰이  내 말을 듣는구나" 말씀하신다.


잘 안되어도

이유를 알면

짜증과 화는 불쑥 오르지 않는다.

문득 울 아빠가  생각난다. 

'우리 아빠 곁에도 나 같은 선생님이 계시면 좋겠어.' 생각이 스친다.



95세 할아버지.

"며칠 전 전화기를 바꿨는데, 전화를 받을 수 있어야지. 뚜껑이 있으면 덮어서 전화를 끌 텐데. 뚜껑도 없어서 안 꺼져. 받고 싶은데 받을 수가 없어. 전화는 받을 수 있게 해 놓고 물건을 팔아야 할 거 아냐! "


강사가 전화를 걸고

어르신이 전화를 받고

반복 반복 반복! 연습하셨다.


앱 이동하기를 집에서 3시간 연습하고 오셨다고 말씀하시며 함박웃음 지으신다.

할아버지의 앱 이동 동영상을 본다.


우리는 배우지 않는 시기는 없는 것이다.

계속 새로운 것은 나올 테니까.

생활에서 자유롭기 위해

배움의 마음은 열어 둬야지.

그리고 배우고 익혀야지.

어르신이 내게 삶으로

알려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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