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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명은 재밌어할 35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

야한 여자의 속내

by 새벽바다

첫 번째. 속도감


공복에 마시는 커피가
속에 닿기도 전에 퍼지는
카페인의 속도감.


사실 맛은 잘 모르겠어

향은 허공으로 달아날 뿐


심장을 뛰게 하고

머리를 일깨우는

그 속도감 말이야


그걸 좋아해



두 번째. 휴식


밥 하는 거 좋은데

남이 해주는 밥은 더 좋아


남이 해주는 소박한 밥내음

바쁜 내 육신이 얻는 찰나의 휴식


그걸 좋아해.



세 번째. 단순함


공복의 공허함으로
글이 써지지 않는
이 육신의 단순함.


인생은 고난이며,

마음은 고뇌인데,

육신은 참 단순하지

그래서 좋아해.



네 번째. 순수함


바다 세탁기에서

흰 파도거품 속에 빨래된 후의 순수함.


예쁜 옷은

세탁기 빙글빙글 돌아가며 때가 빠지는데

인간은

세상사 빙글빙글 돌아가며 때만 자꾸 묻어


인간 빨래가 되어 짠! 하고

다시 하얘지는 찰나의 순수함


그걸 좋아해.



다섯 번째. 쉬운 용서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무것도 아닌 듯,

새의 깃털처럼 쉽게 구하는 그의 용서 앞에

나는 1초 만에 열리는 자동문.

그가 내게 구하는 쉬운 용서


그걸 좋아해.



여섯 번째. 개새끼


계산 없이 흔드는 강아지의 꼬리가 좋아.


이상형을 묻는다면,
오직 내게만 꼬리 치는
헤프고 충성스러운 개새끼를 좋아해.


그러니까

개새끼 같은 남자일까?



일곱 번째. '영화'로움


글자가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속내가 좋아.


그중

‘영화’를 ‘영화’라 부르는

글자가 좋아


내 꿈은

섹시한 부자


그러나 가끔

영화로움을 포기하는 순간도 좋아해


포기하면 결국

더 큰 영화로움이 찾아오니까



여덟 번째. 비싸고 야한 여자


조금 야해 보이는 옷이 좋아.


야하지만

싸지 않고

비싸 보이는 나

그 순간의 내가 좋아


그런 나에게

사은품으로 딸려오는 그의 눈빛


그걸 더 좋아해.



아홉 번째. 멜로영화 예고편


이 글을 쓰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


마치 멜로영화의 예고편처럼

그 순간의 뜨거움을 좋아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아해'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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