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을 앞둔 직장인의 가시나무
초저녁 잠에 빠져버린 실수로
깊은 새벽 밤, 눈을 떠버렸다.
시계는 불 켜진 방의 하얀 벽에 붙어
“다시 잠들라” 독촉하고,
나는 기억나지 않는 꿈에 뒤척이다
결국 깨어난 심장을 달래느라 애를 쓴다.
섬 속의 섬에 살았었다.
7년을 살았어도
내 가슴의 한계는 3일이었다.
하루, 이틀, 삼 일. 얼음 땡!
묵직한 섬 테두리의 새까만 현무암이
가슴을 짓눌러 왔다.
답답함을 못 이기면
나는 동네 강아지처럼 쫄쫄거리며 배를 탄다.
나가 봐야 시골인 큰 섬의 시내.
그래도 조금 더 큰 섬으로 나가면
조금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다시,
가난과 감정을 앞세워
거품 낀 예술에 한 획을 그으려 돌아가는 것이다.
내 심장의 수치로 정해둔
또 다른 큰 섬의 한계는 ‘세 달’이었다.
한 달, 두 달, 세 달. 얼음 땡!
바닷속 질척한 녹색 해초가
내 입을 틀어막은 듯
심장은 산소를 내놓으라 농성을 시작한다.
다가온 현충일의 휴일,
나는 깨작깨작 서울행 비행기표를 찔러본다.
‘흠...연휴라 비싸네? 거기에 예쁜 숙소까지 하려면..'
심장이 달아오른 새벽 밤,
시계바늘은 잠을 독촉하고,
달력의 빨간 숫자는 자꾸만 도발한다.
‘세 달째야. 얼음 땡이라고!
떠나! 좀 떠나자!
진짜 도시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 아니, 지금은 아니야.
헤프게 떠나고 그러지 마. 견뎌! 아껴!”
그렇게 또 떠나지 못한 채,
달아오른 가슴에 냉수를 끼얹는다.
한 틈도 도망치지 않는 나를 칭찬하면서도
사실은 도망조차 못 하는 나를 끝내 부둥켜안는다.
섬의 밤은 조용해서
내가 낸 한숨 소리마저
허락되지 않은 감정처럼 울부짖으며 메아리친다.
돌아온 메아리에 끼얹은 찬물로
이성의 끝을 붙잡는다.
이번엔 발이 아닌,
문장으로 도망치자며
하얀 노트를 펼쳐낸다.
‘서울은 너무 시끄러워
슬픔도 침묵당한 채 지나간다며,
회피의 댓가는 반드시 겪게 된다며,'
라고, 내 이성이 정신을 번뜩 차린다.
그리고 내 속에
‘떠나라!’며 아우성치는
가시나무를 다스린다.
싹둑- 싹둑-
가시에 찔려
피가 찔끔— 새어나왔다.
다행히 통증은 미약하다.
그래,
그렇게 우리 이성의 끝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미래를 저축하자.
빈손으로 온 내게
세상이 준 선물은
오직 ‘나’였다.
_2025.06.04. am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