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집이 있을까
어떤 나라의 백성들은 분노라는 검은 우산을 쓰고 다닌다.
비가 멈췄음에도, 벼락이 칠 것이라는
망상 속 불신으로, 일제히 검은 우산을 펼쳐드는 나라.
누군가는 침묵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
삼키기엔 뜨겁고, 식히기엔 슬퍼서
그저 입 안에 말을 굴리다 식도가 타들어 감에도
꿀꺽- 삼켜 버렸다.
어떤 날엔 거리마다 화염방사기 같은 언어가 쏟아졌다.
차가운 댓글, 해묵은 편견, 저열한 혐오,
사람들은 각자의 방에 불을 지피고
서로의 불꽃을 경쟁하듯 흉을 보고 고발했다.
가슴이 뜨겁다 못해 녹아내릴 때면
나는 대나무가 섞여있는 어느 초원의 숲을 향해 걸었다.
반대편 누군가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온다.
“너는 틀려~~ 어어어~~"
덩달아 나도 외친다.
“글쎄~~ 거기 넌 누구야~~ 아아~"
우리는 모두 다른 언어를 가진 새다.
참새는 짹짹하고 노래할 테니 열매를 내놓으라 지저귀고,
앵무새는 가만히 노려보며 내 말만 고대로 따라 하고,
벌새는 내가 제일 약하다며 미친 듯 날개를 퍼덕이고,
까마귀는 죄책감도 없이 농부의 심장을 검게 태운다.
깃털의 색이 다르고,
날갯짓의 속도가 다르고,
바람을 읽는 방식이 다르며,
내놓으라 재촉하는 먹이도 다르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편견과 혐오의 파도에 올라타지 말자.
그 배에서 내려, 두 발로 자갈밭에 서서
당신의 깊은 질문을 물결로 일으켜라.
얍삽한 쥐의 눈을 뜨지 말고,
영특한 범의 눈을 부릎 떠라.
그들의 동조에 동조하지 말고,
누군가 씌운 안경을 벗어던져라.
도시의 '삭막한' 딱지를 떼어라.
내 모든 희망과 꿈은 도시를 향해 펼쳐졌고,
그 북적거림과 숨찬 달리기 속에 나는 이런 어른이 되었다.
남루한 옷과 투박한 보리밥의 '선함'을 찢어라.
내 모든 희망과 꿈은 펜을 든 시골 아낙의
강요된 선함 앞에 서글프게 무너졌으니.
누군가에게 ‘틀림’이라 비난받던 모양새가,
사실은 그저 ‘다름’ 임을 외면하지 말라.
우리는 결국 대나무가 들어선 초원 위의 숲이다.
혐오 대신 나무 한 그루,
불신 대신 휘파람 한 조각,
두려움 대신 새의 알람으로 잠에서 깨어나라.
나의 숲엔 조건 없는 의자를 놓아두었다.
다른 신발을 신고 앉아도 용서받는,
목소리가 엉켜도 잠시 기다려주는,
또렷하게 실존하는 희망과 꿈의 의자.
나는 오늘도,
이 숲의 의자에 앉아
검은 우산을 쓴 채 분개하는
당신의 '앉음'을 기다린다.
그리고 내일은,
우산을 접은 당신과 함께 나무 한 그루를 심으리.
시퍼런 안개를 걷어줄 나무,
가지를 벌려 하늘을 보여줄 나무,
그 모든 새와 나무를 품은 다름이라는 숲에서
나는 당신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림 같은 집을 지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