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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Sep 12. 2020

선장님, 선장님, 우리 선장님

휴직 135일째, 민성이 D+384

'뻥튀기는 역시 자전거 위에서 먹어야 제 맛!' 터질 듯이 빵빵한 그의 볼이 사랑스럽다. / 2020.09.10. 집 근처 빵집


민성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면 오후 3시. 아내가 퇴근을 하든, 그녀가 야근을 해서 민성이를 나 혼자 재우든, 상황 종료(?)가 되려면 오후 6시는 되어야 한다. 내 하루 중 가장 밀도 높은 3시간이다.


3시간 가운데 1시간은 이유식을 먹이고 씻기는데, 1시간은 산책에, 나머지 1시간은 놀아주는데 쓴다. 산책이 가장 쉽고, 놀아주는 게 가장 어렵다. 그런데 어제(11일) 또 비가 내렸다.


올여름은 왜 이리도 비가 많이 내리는지. 유모차에 레인커버를 씌우고, 내가 우산을 쓰고서라도 나가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왔다. 결국 산책을 포기했다. 하루만 버티면 주말이니까, 참아보자 했다.


민성이랑 놀아주는 게 힘든 이유는, 아이가 안아달라고 보챌 때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뫼비우스의 떼). 민성이가 노는 시간의 최소 반 이상은 내 품에 안겨 있는 것 같다. 그는 놀고, 나는 일한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즐기는 건 '선장' 놀이가 아닐까. 아빠라는 배를 타고, 아빠라는 선원에게 출항을 명령하는. 나는 10kg 선장님을 안고 집안 곳곳을 누볐다. 어제는 특별히 2시간 동안.


또 다른 배 한 척으로부터 무전이 왔다. 아내는 금요일이라 30분 일찍 퇴근한다고 했다. 민성이를 안고 돌아다니며, 5분에 한 번씩 시계를 쳐다봤다. 물론, 5분에 한 번인지 몰랐다. 50분은 된 줄 알았다.


수업도 점심시간을 앞둔 4교시가 가장 힘들 듯, 육아도 금요일 오후가 제일 힘들다. 조금만 참으면, 주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 조금만 참으면 교대시간이다.


6시가 조금 안 돼서 선장님을 모셔갈 엄마 배가 도착했다. 그녀는 집에 오자마자, '솔' 톤으로, '민성아'를 외치며 아이를 끌어안았다. 역시 우리 선장님을 제대로 모시려면 배 두척은 있어야 한다.


거친 망망대해에, 아이는 어디쯤 서 있는 걸까. 아마 해안 모래사장, 거기서도 모래알이 닿을 듯 말듯한 곳일 거다. 그가 차가운 바닷물에 젖기 시작했을 때 나는 어디까지 아이를 태워줄 수 있을까, 또 어디까지 태워주는 게 맞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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