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Dec 09. 2020

그날이 오면

휴직 223일째, 민성이 D+472

'엄마, 빨리 감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 2020.12.06. 부모님 집


코로나 사태가 길어질수록, 코로나가 종식됐을 때 하고 싶은 일도 점점 많아진다. 민성이를 데리고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며칠 되었다.


어제(8일)였나, 라디오에서 코로나가 덮친 올 성탄엔 산타 할아버지도 집에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웃픈' 이야기를 들었다. 연말 모임도 최대한 자제하라는 연말이다. 밤에는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이런 연말이 또 있을까.


이런 상황에, 거기에 아이까지 데리고 여행을 다녀온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그러니 마음만 더 간절해진다. 민성이를 데리고 제주도나 부산에 가서 며칠 쉬다, 또 놀다 오고 싶다.


올 한 해,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졌다 싶으면, 그래서 우리가 계획을 세우면 여지없이 코로나가 다시 극성을 부렸고, 우리는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 아이 돌잔치가 그랬고(코로나×돌잔치), 가족 여행이 그랬다(또다시 코로나).


내가 육아휴직을 쓰고, 아내의 지역 근무를 위해 이 곳 군산에 내려오면서 아내와 난 이야기했다. 내가 시간이 많고, 아내도 서울 근무보단 여유가 있을 테니, 민성이를 데리고 많이 놀러 다니자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었다. 군산에 내려온 게 7월, 한 달 후 광복절 시위로 코로나가 재확산했다. 그리고 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이번엔 대규모 시위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신규 확진자가 6백 명을 넘어섰다. 


민성이가 없을 땐 아내와 자주 여행을 다녀왔다. 해외도, 제주도도, 부산도 여름휴가 때는 말할 것 없고, 주말 앞뒤로 연차를 붙여 가볍게 여행을 다녀온 적도 많다. 


우리의 마지막 숙박 여행이 언제였나 따져보니, 아내가 민성이를 임신하기 직전, 2년 전 친한 친구 부부와 거제 통영을 다녀온 거였다. 지난 2년, 우리는 집에만 있었다.


민성이가 잘 걷고, 잘 먹고, 예쁜 짓도 많이 하니 아이와 놀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 더 많은 걸 경험시켜주고 싶기도 하다. 이 지독한 연말이 끝나면 내년엔 괜찮겠지. 괜찮아져야 할 텐데. 간절히 바라본다. ###

매거진의 이전글 어린이집 휴원 2주 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