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06일째, 민성이 D+655
난 민성이가 싫어하는 건 최대한 강요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요즘 아이가 싫어하는 건 셀 수 없이 많은데,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기저귀 갈기와 옷 갈아입기, 양치질하기 등이 있다.
나는 대개 기다린다. 아이가 기저귀를, 옷을 갈아입겠다고 할 때까지 옆에서 차분히 기다린다. 물론 이러다 날 새겠다 싶을 때가 많다. 그럴 땐 기저귀나 옷을 갈아입으면 이것저것 해주겠다고 거래를 시도하기도 한다(거래의 기술).
기다림과 거래가 늘 통하는 건 아니다. 어제(9일)도 어린이집 갈 시간이 다 됐는데, 민성이는 옷을 갈아입지 않겠다고 계속 버텼다. 아내가 출근하기 직전까지 그는 내복 차림이었다.
옷을 갈아입어야 엄마와 같이 나갈 수 있다고 몇 번을 얘기했지만,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아내는 출근했고, 내복 차림의 그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울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옷을 갈아입기 싫으면 갈아입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밥풀이 덕지덕지 붙은 내복을 입고 엄마를 따라나갈 수는 없다.
그러니 그는 선택해야 한다. 옷을 갈아입지 않고 아빠와 집에 계속 있든지, 아니면 옷을 갈아입고 엄마와 함께 나가든지. 아내가 출근한 뒤 민성이는 내 품에서 한참을 울다 뒤늦게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난 아이의 자유를 존중하되, 그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아내는 민성이는 이제 21개월이라며 날 한심하게 쳐다보지만, 뭐 조기교육이라 생각한다.
어제 민성이는 또 뭐가 수틀렸는지 식탁 아래 깊숙한 곳으로 장난감 하나를 집어던졌다. 난 민성이가 그걸 가져올 때까지 아이가 요구하는 걸 일절 들어주지 않았고, 결국 그는 장난감을 주워왔다.
화가 날 수는 있다. 어른도 그러는데 미성숙한 아이는 오죽할까. 화가 나서 물건을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던진 물건은 본인이 주워와야 한다. 던진 물건에 행여 누군가 다치면 아이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 21개월 아이도 책임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