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발
서나루
바닥까지 다 긁어먹었다
큰일이다
마지막 남은 불교가 바닥났다
둘이 사귀면 하나는 불교를 해야 하는데
모든 것이 무상하다고
언젠간 흙이 될
아무 존재도 아닌 애인 놓아주어야 하는데
중생처럼 숨이 막히고
스승은 육상선수처럼 언덕 위에서
따라잡을 수 없는 요구를 한다
허덕이다
고꾸라지고
바닥을 긁으며 운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다니 제정신일까
바닥이 나를 비춘다 그 아이의
가장 상상하기 싫은 모습으로
그 아이와의 그 날 이후
중고로 불상을 하나 샀다
쟤가 안 하면 나라도 불교를 해야지
내가 사랑하는 개자식
바닥을 다 핥아도 누군가
문득문득 새로 핥을 불교를 부어준다
자꾸 까먹고
까먹을수록 통각이 짓이겨지는
삶 너머의 논지
수도꼭지 같은 자비에 목젖을 꽂고
웃는 스승에게 말하네
별 것 아닌 일이 되기 전에 죽여주소
그 모든 추억들이 오장육부를 더럽게 긁고
결국 고통을 다 홀가분하게 소화하기 전에
온 몸에 구토를 묻히고 다시 일어서기 전에
당신의 말이 다 맞았다는 걸 깨닫기 전에
끝내 자유로이 웃기 전에
내가 그렇게 되면
그러면 나는 도대체 뭐가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