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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수치시대 1

나루시선, 70

by 나루

탈수치시대 1

서나루



깨달음일 뿐이다. 누구에게 부끄러워하랴?

동지들, 오 숭고한

동지들이야말로 브랜드였다


공산주의라는, 상품

동지라는 트레이드마크

소련이라는 국가브랜드1위 - 무어시 기업이냐? 동지가 기업이었다

그들이 충성하는 시민에게 배급을 팔 때

알보병을 갈아넣고

짜르의 목숨과 적대적M&A*를 집행할 때

탄부들을 녹은 원자로로 보낼 때

태극기를 몸에 두른 애국청년이 몸부림치며 반공할 때

쿠팡의 가장 싸구려 휴지가 다 떨어질 때까지 자위할 때

민주 변호사는 그윽히 웃는다


인간사는 비빔밥과 같아서, 비빔이라는 특성을 상속하는 아수라

현세처럼, 조화로운 풍부함이 있지만, 누군가는 비벼진다 피떡으로

노르망디의 민주주의 · 항나찌 알보병처럼

굶주린 노예군단의 지뢰를 밟는 징집병처럼


출세한 군단장들과 군단장이 대통령선거에 나오고

출세못한 모든 전후상하좌우의 알보병들이 계란에 밥비벼먹는데


국가재벌 발렌베리 가문의 땅 스웨덴,

앞바다 석유팔아 복지하는 노르웨이

국가브랜드파워인지도1위 소련

출시되자마자 다 팔려서 희귀소장본으로 거래되는 제3인터내셔널

그의 모든 팬들보다 더 슬퍼하며, 빅토르 초이는 살아 있는데**


이제 누구한테 부끄러워하는가

사람 사는 세상, 어쩌고를 하겠다고, FTA에도 반대하고 민영화에도 반대했지만

소련만큼의 자본도 갖지 못한 청년당원들은 누구를 우러러 부끄러워하는가

그래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지해 우리는 민주주의자야 우리는 깨어있는 시민이야 우리는 풀뿌리

근데 이제 뭘 할 수 있지?


여자 못 만나서 뒤틀린 진보정당의 남자 페미니스트들과

원래 뒤틀린 극우의 총기난사범들

이악물고 본인을 중도라고 우기는 열린 사회의 못생기고 배나온 적들과

그 적들보다 훨씬 더 못사는 은평구 좌익 풀뿌리 민주주의자들로 우리는 어떤 소꿉놀이를 해 볼까

이 새벽에도 화물선은 조용히 벙커유를 마시며 레드팀 제품을 블루팀에게 팔러 간다

우리는 어떤 소꿉놀이를 해 볼까


뽑아라! 뽑아라!*** 그 와중에

녹색당은 자꾸 뭐를 뽑으라 한다

원자력발전소 코드를 뽑아버리라 해


뽑아라! 뽑아라!





* 대상 기업 경영진의 동의 없이 주식을 대량 매입해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기업 지배권을 강탈하는 행위

**이범선, 『오발탄』 (1959)

*** Цой жив




사진: UnsplashSoviet Artef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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