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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Dec 10. 2020

밤의 흔들리는 탑

나루시선, 21

밤의 흔들리는 탑


                                        서나루



사랑을 잃고 시를 쓸

필요가 없지


내가 이루지 못한 일들

카드놀이를 하다 흩어버린 연

도시에 붙잡지 못한 사람을

수많은 다른 나들이

다 이루어 주니 얼마나 좋은가


저마다의 전설들은 내가 놓치지 않은 사람들

다음 생애엔 이 도시에서 고백할게

생은 정말 한 번 뿐인가? 내세도 윤회도 없는가

정말 이렇게 정해져버린 건가

편도행 시간의 섬뜩한 단단함 앞에

놀라서 주먹이 아프도록 두들길 필요가 없지 모든 재회가

이미 지금 도시에서 맺어지고 있어


모든 나들이 성공해

성공한 사람들은 또다른 나들

잃은 사랑을 다 찾아줘

붙잡지 못한 사람도 다 되돌려줘

내가 잘못 쥐었던 시간의 못된 가지들을

성큼성큼 피해서 모든 나들이 꼭대기에 앉았네


크리스마스 나무처럼 끝끝내 가닿은 인연들이 환하고

밤은 무슨 날짐승 소리 같은 게 울어요

나는 그 애 전화로 놓으며 싫은 소리 하지 못했어

지가 행복하다는데 내가 어떻게 잡아


나도 높은 소리의 맹금류처럼

숲이 세운 꼬리들의 섬광이 되고

운의 뿔끝에 올라서면 기쁘고 싶었다.









Photo by Evgeni Evgenie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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