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밥상머리 3

요리하는

by 강물처럼

아이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 보니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 아무래도 밥이다.

요즘은 '요리하는 남자'가 시쳇말로 대세다.

'요리料理'

입에 맞도록, 식품의 맛을 돋워, 조리하는 것을 요리라고 한다.

나는 요리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런데 서툴지만 재미있다.

어제도 양파를 썰다가 살짝 약지를 베었다.

우스운 것이 좋은 요리사에게는 칼자국이 많아야 한다고 스스로 달랜다는 것이다.

요리, 하고 소리 낼 때 느껴지는 둥그스런 기분이 좋다.

'내가 요리할게'라는 말에서 전해지는 자신감과 배려는 언제 들어도 듣기에 좋다.

사람들 입에 '맞도록'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써야만 한다.

마음 쓰는 것을 헤아림이라 해서 요料라고 쓰고 재료와 사람을 잘 다스린다고 해서 리理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꼬마 아이들이라고 해도 맛있게 그릇을 비우는 것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번진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요리라는 것이 겨우 열 손가락 안이라는 것이다.

아침 5시는 책상에 앉아 있을 시간인데 싱크대에 서서 뭘 만들어 먹을지 궁리에 빠져서 지내는 요즘이다.

빠지지 않고 매일 해야 한다는 것은 그 무엇이라도 사람을 고생시키기 마련이다.

아이들하고 밥을 해 먹으면서 날마다 아침과 저녁으로 식사를 챙기면서 수고했을 아내가 새삼 고마웠다.

저녁으로 '잡채'를 만들어 내놨다.

아이들은 일단 눈으로 봐서 마음에 들면 엄청 즐거워한다.

그리고 흔히 먹었던 것을 내놓으면 아무리 맛이 있어도 흥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야채 먹기를 강조하는 편인데 잡채는 야채를 거부감 없이 입에 넣을 수 있는 좋은 요리 중에 하나다.

엄마가 집에 없으니 자기들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먹거리는 그야말로 충전제가 되어준다.


흥이 오른 딸아이가 그런다.

"아빠, 이게 완벽한 식사야?"

요즘 한자공부를 하고 있는 딸아이가 배운 말들을 곧잘 이렇게 써먹곤 한다.

'완벽'이란 말이 공교롭게도 잘 나온 셈이다.

"아냐, 강이야. 완벽이란 것은 어쩌면 없을지도 몰라."

"우리가 기도할 때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 그러잖아?"

"그때 말하는 전지전능全智全能이란 말이 완벽하다는 말이야."

딸아이는 아직 전지전능에 대해서는 어려워하는 표정이다.

나는 그 말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건 나도 한참 나이를 먹고 나서 알았던 말이 아니었던가.

"강이야, 사람들은 누구나 불완전해"

"누구나 다 갖지 못하고 조금씩 부족하기 마련이야."

아들, 산이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나는 결말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이미 흐뭇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어쩌면 부족해서 아름다운 건지도 몰라. 왜냐하면 불완전하고 부족하니까 사람들이 뭐하겠어?"

약간 뜸을 들이고,

"노력을 하는 거지!"

"그래서 어른들이 책도 보라고 그러는 거고, 학교에도 보내는 거야. 모르는 것들 잘 배워두라고."

다른 비유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에도 아이들이 제 공부를 밀리지 않고 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 또한 '공부'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충고가 필요한 때가 있다.

그 충고가 효과가 있으려면 일단 '맛있는 것'을 함께 먹으면 서다!

참, 요리에는 일을 잘 다스려 처리한다는 의미도 숨어 있다.

'이번 일은 내가 요리할 테니 나에게 맡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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