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하는 일에 맵시를

某也視善

by 강물처럼


지난주에는 별 느낌이 없다고 그래서 혹시 우울증 같은 건 아닌가, 혼자서 멀리 짚어봤다. 처남은 결국 승진 시험에서 미끄러졌고 그 탓에 다른 일들이 차창에 기대어 보는 바깥 풍경처럼 무심히 흘러가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정말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제 그 한 방으로 모든 상황이 역전됐다.

이번에는 내 휴대폰이 울렸다. 저도 오랜만에 제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운 듯 환하게 불을 밝혔다.

'현주가 서울대에 합격했다.'

다녀본 적 없는 그곳의 전경이 어쩌자고 내 눈앞에서 펼쳐질까. 처남 목소리는 내가 지금까지 그에게서 들어왔던 소리와 달랐다. 사람이 이런 것을 자기 속에 담아놓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반가웠다. 저 낮은 곳에서 높은 데로 울리는 소리에 내가 맞출 수 있는 소리가 없었다. 어떤 옷을 입어도 그 장소에 어울리는 흥분과 기대,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날처럼, 내 목소리가 초라한 것이 조금 미안했다. 소리를 높인다고 어울리겠는가.

대신 '그게 아니라는 말을 던졌다.'

내가 한 것은 하나도 없고, 처남이 그 말을 기쁘게 꺼냈을 때, 마당을 쓸고 지나는 가을바람이 불었다. 깊은 산속의 암자를 시원하게 쓰다듬고 지나는 바람, 가야산이든 월출산이든 북한산 어느 바위든 심심했지? 그러면서 따습게 덮어주고 가는 바람 같은 바람, 강가에 흔들리는 소나무들, 갈대들, 작은 풀들이 꼴짝꼴짝 군것질하듯 여러 번 나눠서 마시는 바람이 수면을 비추는 햇살을 간지럽혔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내가 말을 받았다.

'그게 아니지요, 모든 사람들의 정성이 잘 어우러진 거, 현주 아빠가 얼마나 잘했던가는 나도 알겠는데요.'

사람은 이렇게 매듭을 짓는 종(種)인 듯하다. 우리가 결과라고 흔히 말하는 어떤 결과, 우리가 겨우 그만그만해서 그것이 '서울대'라고 톡 튀어나온 어떤 데를 매만지며 기뻐하고 감탄하고 - 장모님은 눈물이 난다고까지 하셨다.- 부러워하며 제각각 다른 위치에서 감상한다.

**학을 전공한다고 그러니까 한 생각이 들었다. 현주가 주 교재로 삼아 줄기차게 연구할 대상은 무엇이 될까. 아이의 시선에는 어떤 색이 잘 감지될까. 사회학처럼 범위가 넓어서 즐거워할까, 아니면 압도되는 기분을 느낄까. 모든 학문이 부분이면서 그 자체로 전부로 자리하고 있는 경이로움을 잘 관찰할 수 있을까. 마을 앞을 지키는 큰 나무는 그 나무의 전부이면서 마을의 일부가 되는 우리 삶의 보편적 원리를 현주는 이제 흥미롭게 살펴볼 것이다. 태평양이 아닌 바다는 없었다는 내 스무 살 적 메모도 꺼내야겠다.

축하하는 일에 맵시를 부릴 줄 알아야 하는 나이가 됐다. 현주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장모님이 아직 어린 현주를 입히고 씻기고 밥 먹이던 모습을 잔잔하게 흔들어 보면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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