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15코스 에필로그

우리는 앓고 있다

by 강물처럼



15코스를 다녀온 지 이틀이 지났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하동군 화개면의 오늘 날씨는 -3.6도, 어제보다 0.2도 낮고 미세먼지 좋음이다. 우리 네 사람은 다들 앓고 있다. 아무래도 여자들이 더 후유증이 심한 편이다. 아내는 낮 동안에는 괜찮다더니 밤에 잠을 자면서 끙끙댄다. 강이와 산이는 아침 10시까지 쿨쿨 자고 일어났다. 침대에서 몸을 빼면서 강이는 엉거주춤 발을 내딛는다. 여기저기가 당기고 아픈 것이다. 오른쪽 허벅지가 유난히 더 아프다며 발을 끌고 다닌다. 산이는 회복도 빠르다. 학원 숙제가 많다며 스터디 카페에 갔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사실 아픈 것도 같고 안 아픈 것도 같다. 누우면 금방 잠이 들고 앉으면 둘레길에 다녀온 이야기를 쓴다. 그렇게 말하니까 아내가 맞다고 그런다.

'달콤한 통증'

한 술 더 아내를 떠봤다. 이렇게 아프면 더 가기 힘들겠는데?

아휴, 무슨 말이냐며 당치도 않다고 그런다. 그런 소리일랑 하지를 말라고 자른다. 피식 웃음이 났다. 내가 이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다음 아내가 하는 말이 오래 진동을 남긴다.

"바다를 본 사람들은 시냇물에서 멈추지 않잖아요."

왜 그럴까, 나이가 들면 아무 때나 물기가 차오르는 증상이 생긴다. 저 좋은 말을 듣고 목울대로 한 움큼 뭔가가 쿨럭거리는 것이 있다. 양 눈가로 나도 모르게 번져가는 이것은 무엇인가. 검지가 뻗어 나오는 손등으로 왼쪽, 오른쪽 눈꼬리를 한 번씩 돌아가며 훔친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아 좋다.

그래, 좋은 일이지. 산다는 것은 걷는 일이니까.

우리는 지금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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