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某也視善

by 강물처럼


산이 선생님이 보내준 답장을 받았다. 2월 2일 날짜가 찍힌 편지가 2주 만에 도착했다. 지난해 아이들 담임을 맡았던 두 분 선생님이 모두 답장을 써주셨다. 나 또한 이 경험이 조금은 특별하다. 한 번도 답장 받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비슷한 과정을 밟는다. 산이와 강이가 태어났을 때 쓰기 시작한 일기는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고, 둘레길을 처음 다녀온 날 우리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앞으로 몇 년간 우리가 그 길을 걷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4살 때부터 선생님들께 보냈던 감사 편지가 산이는 2번 더, 강이는 5번 남았다. 중간을 훨씬 지난 지점에 있다. 어떤 시절이든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모든 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향력이다. 나를 지나가는 순간들이 나를 키우고 변화시킨다.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네 번으로 네 번은 여덟 번으로 커져간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원리와 같다. 나는 다른 의미로 부자가 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길을 걷고 책을 읽는다.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때는 몰랐다.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지 그마저도 감이 없었다. 길을 가는지 길을 잃었는지 분간조차 하지 못했다. 가다 보니까 길이 생기더라는 말을 나도 이쯤에서 꺼내본다. 물론 방향은 중요하다. 그러나 길을 가는 사람들은 안다. 방향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걸어가고 있는 의지라는 것을. 걷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지금 걷고 있는 그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지는 방향을 바꿔 길 아닌 곳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든다.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고 있다'는 의지의 실천이 결국 나를 돕고 내가 가는 길을 돕고 그 길에서 엮어지는 삶을 돕는다.

여태 걸어왔던 내가 앞으로 걸어야 하는 나를 돕는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나는 하나의 의지가 되는 것이다. 그 의지의 사람이 의지하는 것이 하늘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 그것이 진리다. 하느님도 길가에서 우리를 응원하고 계신다. '기도하고 일하라', 그 밖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나는 기도하며 걷는다. 또한 걸으면서 기도한다. 그래서 내가 가는 길에는 늘 감사가 있다. 내 기도는 감사의 기도가 된다. 나는 일하면서 읽는다 그리고 읽으면서 일한다. 내 몸과 내 시력을 탓하지 않듯이 지난날 게을렀던 나를 불쌍히 여긴다. 일하면서, 읽으면서 나는 나를 원망과 후회의 늪에서 구해낸다. 지금의 내가 옛날의 나를 돕는다. 우리는 여전히 '나'로 있으니까.

다시, 나를 지나간 순간들에서 빠져나오자. 이것이 의지다. 지나간 것은 순간이 아니라 나다. 내가 지나왔다. 더 이상 시간에 나를 맡겨놓고 변명하지 말자.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이지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시간 속에서 얻은 것으로 내가 변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전히 기도하고 일하라, 그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걷고 읽는 데 쓰기로 한다.


나, 아무래도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거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