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심 /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나는 네가 그만 살기로 했을 때 살기로 했다.
네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면 나는 밥을 다 말았고
네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에 나는 채팅창을 열고 썰을 풀었다
네가 아프면 아프다는 소리를 주워 삼켰고
네 울음을 파도에 담아 담배를 피웠다
너는 죽어가고 나는 잠이 오고, 삶이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한순간씩만 살고 싶었다
술병에 빠진 삶이 죽음을 비웃더니 끽소리도 없었다
토막나버린 그래서 휩쓸려 사라진 너를
나는 죽어도 못 잊어 오늘만 살겠다고 유서를 쓴다
나는 무엇을 위해 날마다 죽어가는데
너는 무엇 때문에 날마다 살아오느냐
하루만, 그저 해 저물 때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