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고 싶은 곳 / 최문자

시의,

by 강물처럼


닿고 싶은 곳 / 최문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슬픈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




나는 어느 쪽으로 누울까.

쓰러진다는 말은 그만 쓰기로 한다.

마지막에도 쓰러지면 정말 쓰러지느라 살지 못했다고 그럴 테니까.

하긴 눕는다는 것은 내 의식의 질서 정연한 차례가 되겠구나.

나는 결국 또 쓰러져야겠다.

숨이 없고, 기억이 없고, 구구단이 외워지지 않을 때

눈동자에 길도 사라지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났을 때

슬픈 땅에 슬프지만은 않은 가슴을 열고 찾아간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다 참았다며, 나는 결국 쓰러져야겠다.

날고 싶은 꿈도 꾸지 않고, 잠에 든다는 그런 허튼소리는 더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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