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한 사랑의 노래 / 황동규

시의,

by 강물처럼

쨍한 사랑의 노래 / 황동규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사랑 노래 불러본 적 있는가

회한 悔恨인가, 연민 憐憫인가 모를 표정으로 묻던 날에

흘러가던 것들 있던가요.

겨우 세월이 흐르더라는 그런 말은

그때 마신 아메리카노처럼 아무 맛이 없습니다.

하늘에 구름 보았지 않았냐면

아예 하늘도 없던 날이었다고 묻겠습니다.

흐르던 것들은 다 잊었고 피어오르던 것 하나 남았습니다.

아직 남았습니다.


당신 없이 사는 일에

사랑 없이 사는 일을 담아내는 일이더라도,

피어오르던 것 하나 남았습니다.

아직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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