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약속이다
아이들과 밥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놓쳐버리기 전에 그리고 내가 늙어서 떠올릴 모습들을 밥상머리라는 타이틀로 적어놓은 것도 마음에 든다.
오늘은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 엄마와 나눈 이야기를 적는다.
위산胃酸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묽게 죽으로 만들어 소화가 쉽게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벌써 2년째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아내는 그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있다.
살살 아파오던 아랫배가 쿡쿡 찌른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통각痛覺이 기지개를 켜듯이 한동안 뱃속을 지나간다.
저도 누울 자리를 봐가면서 다리를 뻗나 보다.
나보다 나를 더 잘 돌보는 사람이 아내다.
매번 아프다고 하는 것도 사람 귀찮게 만든다는 것을 나도 기본으로 알고 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반가운 소식도 반복해서 듣기에는 힘이 빠지는 요즘이다.
그래도 마음씨 좋은 아내는 평소와 다른 내 표정을 후딱 알아채고 걱정을 한다.
말이 약손이다.
혼자서 견디는 것보다 옆에서 달래주면 금방 효과가 난다.
그 틈에 식탁에 마주 앉아서 하루 지낸 일들을 꺼내놓았다.
시장에 다녀온 어머니가 장바구니를 풀어놓듯이 골고루 비벼내 놓은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로 한동안 재미난다.
나도 참기름이 될 만한 이야기를 곁들인다.
그러는 사이 배 아픈 것도 잠잠해졌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오래 살겠다는 목표를 갖어서는 안 돼.
10년을 잘 살 생각을 해야 맞는 거 같아.
아내도 수긍한다.
그렇지, 그래야 그다음 10년도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꼭 해야 할 일들은 놓치지 말고 하면서 살아야겠어.
그럼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겠지.
남들이 들으면 슬프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오히려 편안하다.
방법을 손에 쥐고 찾아가는 길이여서.
멋스럽게 결론을 맺는다.
'마치고 끝내야지, 끝났는데도 마치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쉽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