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5

아침에,

by 강물처럼

밭에 심은 먹을 것들은 주인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합니다.


곳곳마다 마늘 싹이 제법 자라서 사람 눈이며 마음을 간지럽히는 지금입니다.


분명히 겨울이었는데 포근했던 무엇인가가 땅 밑에도 있었던가 봅니다.


마늘을 심은 사람은 어머니신데, 그 마늘이 파랗게 머리를 땅 위에 내놓고 살살거리며


저 좀 보라고 까불고 있습니다.


그걸 봐줄 사람이 없는 것은 쓸쓸한 일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그만한 애정은 없습니다.


마늘을 잘 키울 줄 아는 사람은 어머니십니다.


어쩌면 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가장 잘 위로할 줄 아는 것도 마늘같이 밭에서 나는 것들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 봐도 반가운 것이 정 情이니까요.


계절을 바꿔가며 부지런히 땅을 도와 땅이 땅이게 해 주면 땅은 사람을 도와 사람이 사람이게 해 주던,


둘 사이의 깊은 관계를 마늘 싹을 보면서 확인합니다.


서로에게 주인이었던 어머니와 어머니의 밭은 서로의 안부를 묻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어도 가장 궁금해할 것입니다.


죽어서도 귀에 걸린다던 막내 자식의 울음소리처럼 말입니다.





곧 3월이 되고 봄이 올 텐데,


땅에 힘이 붙고 화려해도 그것을 봐줄 사람이 없이는 그야말로 춘몽 春夢입니다.


허깨비를 본 것처럼 나른하고 허전해서 봄이 왔대도 그뿐일 겁니다.


춘기 春氣가 맥없이 도는 일처럼 사람을 병나게 하는 것도 드물 것입니다.


짝이 있어야 좋은 계절이 봄 아니던가, 봄이면 늘 생각하는 뜻입니다.


의사의 짝은 누가 되어야 어울리는지 묻기 전에, 각자의 위치에서 마땅한 짝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점검해 봐야겠습니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마늘이 잘 자란다면 좋아하실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사랑을 느끼고 배울 것 같습니다.


부디 우리 어머니는 이 와중에서도 땅을 잊지 않으시길 기도합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면 총파업하겠다며 자율 징계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슨 말인가 싶을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것이 그뿐이겠습니까만 의사의 짝은 누구이며 그분들은 누구의 발소리를 듣고


살아가는지 혼자서 궁금해했습니다.


​https://youtu.be/Mu8F25uf8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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