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하세요?라는 인사 대신에,
오늘은 거짓말 하나 어떠시냐고 묻고 싶습니다.
흔한 거짓말 말고 아름다운 거짓말, 금방 들통나는 그런 것 말고 세월이 흘러야 알 수 있는 말.
다 알고 나서도 웃음을 머금고 분명 지금을 회상할 것 같은 다크 초콜릿 맛이 나는 거짓말은 없을까요?
저 어렸을 적에는 1년에 몇 번 목욕탕에 다녀오곤 했습니다.
추석과 설 명절 때는 꼭 다녀왔고 심하다 싶으면 목욕탕에 가서 때를 벗기고 광을 냈습니다.
박박, 때를 불리고 문지르고 나와야 제대로 값을 치른 것 같았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목욕탕에 가는 날 중에 하루가 바로 학교에서 받는 신체검사 전날입니다.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죽는 것보다 싫은 시절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보다 저렇게 될까 봐 두려워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 사람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돈도 벌고 출세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고 가르쳤고 배웠습니다.
깨끗하게 씻고 신체검사를 받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군데군데 섞여있었습니다.
속옷도 다른 날과 다르게 챙겨 온 아이들이 있었다면 쑥스러움 같은 사치스러운 감정은 맛본 적도 없이, 창피가 몸에 밴 아이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차라리 눈이라도 없었다면...
어려도 분간할 줄 아는 눈들이 순식간에 전체를 훑고 제 것을 감추느라 바빴습니다.
´유시창´은 잘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6학년 우리 반 아이들 중에서 여전히 내 기억에 남아 나를 보며 웃는 아이.
류시창이라고 바꿔 쓴 이름을 어색해하던 표정과 늘 점심시간이면 밖으로 뛰어나가던 아이.
버드나무 잎이 연한 녹색으로 풀칠한 것처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흔들리던 4월,
운동장 한편에 만들어졌던 스탠드에 앉아서 까불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자꾸 이야기를 해대던 그 아이가 생각납니다.
나는 그날 왜 도시락을 가져가지 않아 그의 동무가 되었을까요.
그다음 날도 그는 거기 앉아서 무슨 이야기를 주절거렸을까요.
< "너희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 요한 13:11
매일 씻으면서, 매일 씻지 못했던 시절에 우리가 깨끗하고자 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합니다.
절에 가면 마음을 씻으라는 세심 洗心을 가르칩니다.
코로나로 손도 자주 씻는 지금입니다.
손도 씻고 마스크도 착용하고 더 깨끗하게 지내는데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이 넓게 퍼지고 있습니다.
어떤 거짓말로 그 우울을 옅게 할까요.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요한 13:15
발 좀 줘 보세요.
제가 씻어 드릴게요!
오늘 준비한 거짓말을 세상으로 날려야겠습니다.
지금 괜히 꼼지락거리셨죠?
엄지발가락에 힘이 들어가신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