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이른 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에 관심을 안 보이는 것이 시원섭섭하다고 할까, 51 대 49로 아쉬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아직 너희는 어린이들이라고 일러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길을 좀 걸었습니다.
어린이날 선물이 글쎄, 둘레길 걷기였습니다.
사실 며칠 전에 긴 거리를 실컷 걷다 온 뒤여서 여독이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새벽에 깨었을 때만 해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 스트레칭도 해보고 허리도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몸을 풀었습니다.
한동안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지냈던 탓이었을까요.
아이들은 다른 때보다 적극적이었습니다.
선물을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 같았습니다.
하긴 그동안에도 걷고 싶다는 말을 종종 쏟아냈던 터라 내심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말 ´반´은 ´한´과 관련된 음가를 가졌다고 합니다.
´한´이란 말은 ´신´을 가리키며, ´반갑다´ 그러는 것은 ´반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상대를 반가워하는 것이 ´당신은 신과 같이 크고 밝은 존재´라는 인사를 전하는 것입니다.
나를 반가워하는 사람, 존재들.
내가 반가워하는 모든 것들이 서로 그 뜻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하면 세상에 쓸쓸할 틈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반짝거리는 것인지요.
반가워하는 사람들 눈빛은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기쁨이나 호의, 평화나 온유 같은 것들이 춤을 춥니다.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아이들이 무작정 잘 걷는 편은 아닙니다.
걸음이 불안하고 보폭은 짧고 오르막은 힘들어합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맙니다.
그러면서 가는 것입니다.
´아빠는 이런 거 좋아하잖아. ´
12살 아이에게 힘들게 뭐 하러 오자 그랬냐고 물었다가 ´선물´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늘 그렇게 길 위에서 깨닫습니다.
예수님도 길 위에서 지내셨습니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나도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챙겨야겠습니다.
반갑게 말입니다.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 요한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