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밥상머리 11

꽃게

by 강물처럼

꽃게다.


아침 식탁에 가을이 먼저 들었다.

깻잎이 입안에서 은은하게 그 향을 풍긴다.

그 공간에서도 풍기는 것과 품는 것으로 사람을 살찌우고 있다.

미안하지만 아이들이 자리에 앉기 전에 먼저 젓가락을 든다.

새벽부터 내내 기다려온 밥상이다.

저마다의 접시 위에 꽃게가 한 마리씩 놓여있다.

산 것들의 이름값은 목숨이다.

꽃게는 그 이름 때문에 내 아침 밥상에 올려졌다.

누가 지었는가.

바다가 사랑한 이름.

"아빠, 꽃게도 가족이 있었겠지?"

열 살 먹은 저도 그 이름이 어딘가에 걸려서 흔들렸었나 보다.

열 살에만 물어보는 질문이기를 짧은 순간 바랐다.

그리고 지금, 꽃게를 걱정하는 아침을 듬뿍 떠 담아서 앞에 놓아준다.

열 살이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더라도 맛은 떠오르는 거니까.

사람은 기억되고 말은 제 살이 되어 같이 살아가기도 하니까.

"강이야, 사람은 고기도 먹고 야채도 먹고 그러지?"

6학년 아들도 옆에서 듣고 있다.

나는 마른 김에 금방 퍼온 밥을 싸서 먹는다.

김에 싸서 먹는 것하고 깻잎에 먹는 것하고 어느 쪽이 더 맛있겠냐며 아이들에게 던진다.

녀석들이 마음에 쏙 드는 답을 말한다.

"둘 다 맛있지!"

"우리가 돼지고기를 먹을 때에도 그 돼지한테는 식구가 다 있었을 거야.

여기 있는 김치도 그렇게 자랐고, 고추나무에서 고추 크는 거 봤지?"

"그래서,

"그래서 우리는 잘 살아야 하는 거지."

학교에 늦지 않도록 이야기는 짧게 하기로 하고 대신 밥은 꼭꼭 씹으라고 채근한다.

"만약 우리가 돼지고기를 먹고 나쁜 짓을 한다면 그 돼지는 마음이 어떨까?"

강이는 진지해졌다는 신호를 존댓말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6학년 산이는 서툴게 꽃게살을 발라내고 있다.

"마음이 안 좋아요."

"그래서,

그래서 우리는 더 잘 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맞아."

"그게 무엇이든 헛되게 살고 싶은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어."

"잘 먹겠습니다 하고 잘 먹었습니다 그 말은 중요한 말이야.

그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덕분에 잘 살 수 있겠다는 말이고 더 잘 살겠다는 약속이거든."

아이들 밥그릇이 반듯하다.

윤이 나는 듯도 싶다.

아이들이 앉았던 자리를 맨손으로 또 쓸어본다.

'온기 溫氣'

설거지를 끝내고 나면 좋아하는 노래나 한 곡 들어야겠다.

커피가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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