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 정현종

시의,

by 강물처럼

아침

-정현종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잠시 뒤척이다가 깨어서 가만 앉았습니다.

어느 날에는 꿈이 생생하여 더 이상 잠을 자고 있는 것도 어색한 일이 되어버리는 날이 있습니다.

꿈속에서 나는 생각합니다.

그만 일어나자. 차라리 일어나서 맑은 정신으로 꿈을 바라보자.

몸을 일으켜 불을 켜는 순간까지가 미묘한 시간입니다.

비현실에서 현실, 무의지에서 의지로, 밤에서 아침으로, 운명 같은 것에서 나로 돌아오는 찰나입니다.


자리에 앉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기에 밥을 먹으러 나서지는 않고 그저 아침이 오는 순간을 지켰습니다.


당신의 하루도 멀리서 찾아왔습니다.

새벽을 지나서 지금 왔습니다.

몸집이 크고 담대한 인상으로 그는 표정도 없습니다.

그에게 말이라도 걸어보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는 당신의 하루입니다.


그에게 시원한 물 한 그릇 건넵니다.

말 한마디가 목구멍까지 끓어 올라서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것을 그가 알지 못하게 가라앉힙니다. 그래도 당신, 이쁘게 봐 달라고 벌컥벌컥 물을 들이켜는 그 옆에서 공손히 손 모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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