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13

아침에,

by 강물처럼

¶ 빗소리에 깼습니다.

어둠 속에서 벚나무가 맞고 있습니다.


말려야 하지 않을까, 꽃이 떨어질 텐데.




가끔 시를 쓰는 것이 왜 어려울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고백´ 같아서 그런 거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말이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말은 마음을 담습니다. 말에 마음을 담으려면 우선 마음을 잘 알아야 합니다. 내 마음을 모르고 말에 먼저 올라타면 사방을 분간하지 못하고 날뛰고 맙니다. 말하고 본전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말이 화가 되어 돌아오면 피하지 못합니다. 마음을 알더라도 그 마음을 어떻게 얼마나 담아야 좋을지 그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 詩는 흔하지 않습니다. 어떤 시를 좋아하십니까. 간직하고 계시는 시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2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겨우 여기 왔습니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 간격이 길었습니다.




비가 그쳤고 창밖으로 보이는 것들은 모두 무거워 보입니다.


잔뜩 물이 들어찬 표정들이 아침을 맞았습니다. 수고한 모습들입니다.




<내가 나 자신을 영광스럽게 한다면 나의 영광은 아무것도 아니다. > 요한 8:54




다른 날보다 써지지 않는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복음 말씀은 신기합니다. 아니면 제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에 빠진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몇 번을 썼을 것이며 읽기는 그보다 더 읽었을 것인데 낯설고 새롭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영광스럽게 한다면 나의 영광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실은 여기를 짚고 일어서려던 것이 그만 주저앉은 꼴입니다.


바다 앞에서 시를 잊었습니다.


고백이란 것도 새가 날아간 뒤에는 아련할 뿐입니다.


오래 앉아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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