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말이 없으면 누구에게 그립다고../ 이기철

시의,

by 강물처럼

당신이라는 말이 없으면 누구에게 그립다고 전하랴 / 이기철


늘 그랬지요. 바람이 불면 나뭇잎보다 내가 먼저 흔들렸지요.

따스한 어둠의 옷을 입고 별은 뜬다고 말하고 싶은 날이 적지는 않았지요.

저녁 새들 조잘대는 소리에 묻혀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네요.

더 멀리 가서 옷깃 세우고 귀 기울이겠습니다.

당신이라는 말이 없으면 누구에게, 짧게

이 세상 지나간 사람 한 번씩은 다 한 말로, 그립다고 말 전할 수 있겠어요.



당신에게 당신은 누구인가요?

문득 궁금합니다.

당신에게는 당신이라고 부르면 숨소리까지 잠겨 들어 다음 말은 허공에 흩어지고 멀쩡한 시선視線만 남아 메아리처럼 '당신'이라고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 당신만 남겨놓고 허무맹랑한 세상에 당신만 우두커니 세워놓고 멀어지는 당신이 있습니다.

'당신'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해지는 창가에 한 발짝 다가섰다가 붉은 것들로 줄을 그어놓은 서쪽하늘이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그래서 낮에 봤던 달맞이 꽃 노란 잎이 당신 입술에 닿기를 바랐던 당신이 문득 외롭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그 순간 어떻게 당신의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고 그 너른 하늘을 마주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라고 쓰인 문장 앞에서 당신은 당신입니다.

당신이에요? 묻는 말은 언제나 그 대답이 당신입니다.

당신은 그렇습니다.

세상 곳곳에 수많은 당신으로 살아도 당신은 오로지 당신으로 존재하고 당신뿐인 세상입니다.

당신이라는 말이 없으면 당신이라는 말이 없으면, 당신이라는 말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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