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쓰는,
서천 소나무 숲에서 보낸 월요일을 금요일에 적는구나.
역시 지나가는 것은 거침없어, 그렇지?
코로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강이는 이번 주 지나면 개학을 하는데 다시 등교 연기 같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주말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었던 탓에 확진자와 격리 대상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우리도 방역 시스템에 맞춰 조심할 것과 주의할 것들을 차분하게 챙길 필요가 있겠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벌어지면 걱정이 되기 마련이고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어린 너희들도 침묵하며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따르느라 불편하고 힘든 것들이 많을 것이다.
누릴 것을 누리지 못하고 소중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너희에게 인간적인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든다.
그래도 우리는 모두 좋아져야 하니까 인내하기로 하자.
우리가 처한 현실을 가능한 잘 활용해서 지금의 위기를 무사히 견디고 나면 분명히 좋은 날들이 올 거라는 것을 믿자.
한 달 전이었을 거야.
작은 아빠가 된 수영이 삼촌이 서천에 하루 놀러 가자고 했던 것이.
마땅한 휴가 계획도 없었고 너희들 방학은 짧고 그것도 서로 날짜가 맞지 않으니까 아예 놀러 갈 생각이 없었지.
그때만 해도 날짜를 정하지도 않고 서천이란 말이 반가워서 우선 그러자고만 했었는데 저번 월요일에 다녀오게 됐다.
우리가 다녀온 곳은 서천군 비인면에 있는 해변가다.
사실 너희가 어렸을 적에는 자주 다녀오던 곳이었거든.
집하고 가까워서 이동하기에 좋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이라서 북적대지 않는 점이 포인트야.
뙤약볕에 파라솔 하나 꽂고 앉아있어야 하는 보통의 해수욕장 하고 달라서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기에 좋지.
뻘이 펼쳐진 곳이라 해수욕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별로여서 너희가 자란 뒤에는 저절로 발길이 뜸해졌던 곳이다.
할머니도 모처럼 편하게 쉬었다며 만족하셨다.
작은 엄마, 작은 아빠, 그리고 사촌 동생 '하루'하고 보낸 시간이 어땠었냐?
아빠는 파도 소리를 아무래도 좋아하는 거 같아. 하루 종일 그 속에 있다 보니까 하루 더 머물고 싶어 지더라.
무엇보다도 식구들이 함께 맛있는 것들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좋았다.
카나코 작은 엄마도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여름을 보내는 것이 처음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도 편하게 여기면 그게 참 보기 좋거든.
화려하지 않았지만 솔바람 속에서 조용하게 보낸 하루였던 거 같아.
너희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에 다녔던 해변에서 튜브를 하나씩 걸쳐 메고 바다에 들아갔다 나오는 나이가 됐다.
사람과 어울리는 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요즘 시대를 사는 부모들의 숙제인 거 같아서 그날 아빠는 모처럼 홀가분했다.
숙제 하나를 즐겁게 끝낸 기분 있잖아. 그거.
6시가 됐다.
엄마가 깰 시간이다.
벌써 금요일, 이 글을 쓰기 전에는 안개가 자욱했었는데 그새 많이 걷혔구나.
안개 낀 날은 많이 무덥다고 알고 있거든.
오늘도 건강하게 그리고 웃으면서 잘 지낼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