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6-1

또 하나의,

by 강물처럼

2022, 09,27, 화요일


매듭 공예를 배우고 있다며 서울 사는 친구가 식구 수대로 팔찌며 마스크 걸이를 보냈습니다. 보기 좋은 것도 있지만 누군가의 정성을 쓰다듬고 만지는 일 같아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거기 함께 보낸 풍경 風磬 소리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합니다. 귀엽고 깔끔한 소리가 실내에 은은하게 퍼집니다. 그때마다 우연이 함부로 시간을 내주지는 않았을 텐데 용케 이걸 찾았네 싶습니다. 내가 좋아할 줄 알았구나 싶습니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득한 것이 있습니다. 소리와 그 소리의 떨림과 울림, 그리고 진동이 내 공간을 다 채웁니다. 소박하나 정 있는 이를 벗으로 두니 번거로운 생각들마저 시적 詩的이게 합니다.

오감 五感 -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 과 육정 六情 - 희 喜, 노 怒, 애 哀, 낙 樂, 애 愛, 오 惡- 은 살아있는 존재에게 주어지는 유산입니다. 그것을 받아 들고 사람은 한 생을 살아갑니다. 오감과 육정 안에서 마치 레고 장난감을 맞추듯이 한 사람의 인생이 풀어졌다 맺힙니다. 매듭을 짓습니다. 어느 감각과 어떤 정서로 현상을 바라볼지 매 순간 그 앞에 서게 됩니다. 누구는 자주 울고 누구는 자주 웃습니다. 누구는 자주 술을 마시고 누구는 자주 봉사를 합니다. 저는 그것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몸에 수분이 떨어지면 목이 마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배가 고프면 밥 냄새가 잘 맡아진다고.




그러나 사람이 할 일이 있습니다.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황인찬, 무화과 숲




무엇을 하든 먹고사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일은 싼값에 팔아넘기는 도매품 같을 때가 있습니다. 왕창 세일이라고 써서 붙여 놓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을 사랑하고 누군가는 전쟁을 하고 누군가는 변명하느라 온 나라를 시험에 빠뜨립니다. 때아닌 듣기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짧아서 소중한 지금입니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귀엽고 깔끔한 공기가 춤추는 날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사랑이 묻어 있는 모습은 이렇습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에서 ´꽃이´를 ´꽃은´, ´꽃도´라고 바꾸면 그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예요. ´꽃은´ 주관적 정서가 ´은´에 들어간 것이고, ´꽃이 피었다´는 것은 객관적 묘사이니까요."




일흔이 넘은 지금, 김훈 선생은 무엇을 꿈꾸고 계실까 궁금합니다. 선생님도 듣기 시험을 보실까....




아무래도 사랑은 말하기 전에 고치고 다듬는 것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