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물처럼 Nov 30. 2022

기도 60-1

부르셨다

2022, 1130,  수요일



오늘 복음 말씀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부르셨다´


말을 곱게 펼쳐 보겠습니다. 부르다, Call.


흥미롭습니다. Call 그러면 우선 전화가 떠오릅니다. 아침에 깨워달라고 부탁할 때 Wake-up Call 그러던 것이 생각납니다.


자, 퍼져갑니다. 물결이 호수 전체로 밀려들 듯이 한마디 말이 사람 안에서 분화됩니다. 이것은 확산인가요, 수렴인가요. 동시적입니다. 동시적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 하나의 작용으로 간주합니다. 경계에 서 있는 것들의 수고를 외면합니다. 경계를 가꾸지 않고 허허벌판으로 만들어버립니다. 희미한 것보다 확실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선택을 요구합니다. 중간지대는 불모지가 되고 아니면 사라집니다. 배우면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우는 수, 죽으면서 살아가고 살아가면서 죽는 수, 그것이야말로 묘수입니다. 진짜 묘 妙 한 것은 지극히 평범해야 합니다. 많은 것이 아니라 적은 것 少, 어린 소녀가 손에 쥐고 노는 몇 안 되는 소꿉놀이 장난감 같은 소품들, 그것이 우리를 키웁니다. 그것은 위대하지 않으면서 위대합니다. 범상을 떠난 범상치 않은 일이란 없습니다. 모든 것들은 예사롭습니다. 흔하고 흔합니다. 그것이 놓치지 않고 나를 잡습니다. 나를 놓지 않고 지킵니다. 계속 지키면 잉태합니다. 새로운 것이 생겨납니다. 약속을 지키고 하루하루를 지키고 나를 지키는 것은 창조의 예비입니다.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나 아닌 것, 그러나 내 안에서 생겨난 것, 그 힘이 다시 일상을 이끌고 나아갑니다. 탄생은 신비할 따름입니다. 11월이 다 지났습니다. 그리고 추워졌습니다.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나무는 멈출 것입니다. 나무는 구름도 닮았습니다. 구름은 움직입니다. 움직이는 것은 살아있습니다. 살아있는 것은 무게가 있으며 무게는 형상이 되고 그 형상은 사람들에게 인상으로 남습니다. 그런데 구름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람이 없으면 구름은 정지합니다. 바람 때문에 살고 바람 때문에 흩어집니다. 구름은 바람이 사는 삶입니다. 나무는 늘 멈춰서 살아갑니다. 그런 나무라서 바람을 탓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면 나무는 구름처럼 날아오릅니다. 간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나무가 잉태한 것을 바람에 맡깁니다. 바람은 겨울을 잉태합니다. 바람이 배를 안고 조심할 때 나무들도 동작을 멈추고 응시합니다. 겨울이 날 세상을 바라봅니다. 땅 밑에서 생장하는 씨앗들을 돕습니다. 그렇게 부르는 것이 Call, 부름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이름이 되고 명령이 되고 방문이 됩니다. 나를 찾아오는 것입니다. 거기에 망토를 걸치면 소명이 됩니다.




신약 新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유는 이것이었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시대가 흐려지면 말이 오염됩니다. 누군가 ´낚다´는 말로 장난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농담으로라도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는 아무래도 강 씨인 듯합니다. 빈 낚시가 좋습니다. 배도 빈 배가 좋습니다. 사람은 낚시로 낚는 것이 아닙니다. 장자처럼 바라고 싶습니다.




¶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에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한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 빈 배 虛舟, 莊子 外編 第 20編 山木






고백하자면 다른 때보다 긴장했던 한 달이었습니다.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도 아침에 묵상을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종교가 없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교회´ 다니는 분들이 많이 어렵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굳어진 어떤 견해일 것입니다. 더 편해지자고 하는 아침 묵상인데 아직 길이 멀었다는 것을 다음날 아침이면 절감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산처럼 많아도 인연이란 말을 대신 놓아두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11월 한 달 동안 동행해 주신, 이름 모르는 전주 어느 교회 신자분들 반가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기도 59-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