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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Feb 07. 2023

기도 110-1

엉터리, 난센스

2023, 0207, 화요일



예전의 터키, 튀르키예라고 새롭게 불리는 나라, 그곳에서 어제 새벽에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수천이 넘는 사망자가 생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깊은 충격에 빠져 있을 것입니다. 우리끼리 돌보고 살아도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입니다.




화산이 터지고 지진이 일어나고 폭풍이 불고 쓰나미가 도시를 덮치는 판국에 이념과 진영 때문에 살벌한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의 누구입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과연 ´진실´이나 ´진리´에 얼마나 다가선 것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옳은가. 그대는 맞습니까. 종교는 진리였습니까. 진리입니까. 진리가 될 수 있습니까. 사람이 중재하는 일은 미안하지만 불완전합니다. 사람이 그러니까요. 사람만큼 불안하고 슬프고 안타까운 존재는 없습니다. 이웃의 가난을 먹어가며 나를 살찌우는 존재가 얼마나 진리에 가까울까 싶습니다. 인도 뭄바이는 세계 최고의 부자 도시이며 동시에 가장 가난한 곳이기도 합니다. 두 얼굴을 가진 도시, 그것이 어디 뭄바이 뿐이겠습니까. 나는 사람들의 독트린 doctrine*이 늘 켕겨서 싫습니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마르코 7:6-7




18세기 이전에 사람들은 손으로 음식을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의 포크와 닮은 도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비웃었습니다. 남자답지 않다고, 사람은 그렇게 먹지 않는다고. 성직자들은 하느님을 앞에 내세워 ´논리적´으로 가르쳤습니다. 오직 인간의 손만이 하느님이 주신 음식을 만질 자격이 있다고 엄하게 다스렸습니다. 종교가 저질렀던 많은 잘못들, 거기에는 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관습, 정치, 도덕이 실수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랬습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 세상에 지어진 사람이 사람의 집이 되지 못하고 내쫓았습니다. 그들을 죽인 것은 전쟁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탱크가 아니라 소총이 아니라, 창이나 칼, 화살이 아니라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은 악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아시다시피 사람은 핑계가 많습니다. 두려우니까요. 혼날까 겁나고 다칠까 무섭고 죽을까 두려워합니다.




어떤 귀족 여성이 자기가 직접 만든 포크로 식사를 하자 그 여성은 곧 모든 사람들의 지탄을 받습니다. 여기서부터 본론입니다. 그 여인이 우연히 그때 돌던 전염병으로 죽었을 때, 성직자들은 그녀의 죽음이 하느님의 처벌이라고 말하며, 누구든 불경스러운 포크를 사용하면 그녀처럼 죽을 것이라고 겁을 줍니다.




그런 때가 있었다고 끄덕이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몸짓이 없을 것입니다. 저도 항상 할 말이 없으면 끄덕이기만 합니다.


이런 엉터리, 난센스 nonsense*가 나에게서 제조되어 판매되는 것을 금지합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고 싶습니다. 거기 있는 말씀을 따라 적으면서 부처님의 마음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야 성경입니다. 개미의 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개미를 아는데 사람을 모르겠습니까.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모릅니다. 인류가 생겨난 지 얼마나 흘렀을까, 그 강물은 흐를까, 싶습니다. 차원을 뛰어넘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예수님이니까 이 땅에 하늘나라를 소개하셨던가 봅니다. 우리는 그 말씀을 갖고도 자기 논에 물을 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잘못은 사람이 하고 어째서 하늘에 대고 원망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독트린 - 종교의 교리나 교의를 뜻하는 말이지만 정치의 무슨 주의, 학문의 무슨 신조를 나타내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 nonsense - 터무니없는, 말도 안 되는 생각, 말. 허튼수작, 말도 안 되는 짓. 아무 의미가 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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