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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Mar 03. 2023

기도 129-1

새롭고 낯설다

2023, 0303, 금요일



새롭다는 말은 낯설다는 말과 함께 살아갑니다. 같으면서도 영 다른 둘입니다. 역시 거울이 아니라 그 거울을 바라보는 내가 중요합니다.




새 학년, 새 학교에 등교를 한 첫날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을 것입니다. 새로운 점을 먼저 발견한 아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떠들 것이 많았습니다. 그 아이들의 말에는 이런 공통점이 있습니다. ´급식은 생각보다 별로인데 메뉴가 다양해´, ´우리 반 애들은 엄청 떠드는데 일진같이 생긴 애는 없어´


그와는 반대로 낯선 것들이 먼저 손에 잡힌 아이는 걱정투성이 속입니다. 하루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된 듯합니다. ´애들이 이상해´, ´선생님들도 전부 이상해´, 낯선 것들을 이상하다고 몰아세웁니다. 그러면서 예전 친구들이 저절로 생각나더라고 하소연을 합니다.




´한 가지 역할만 하는 그릇이어서는 안 된다´


군자 불기 君子不器라는 구절이 갖는 뜻입니다. 마음은 사람의 그릇입니다. 그 마음에 담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마음이 하늘과 같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욕심껏 다 담으라고 큰 것이 아닙니다. 하늘은 공중입니다. 공중에 매달 줄 아는 마음, 그 마음을 지닌다면 삶이야, 예전 김수환 추기경님 말씀처럼, 계란일 것입니다. 삶은 계란, 그 유명한 말씀 말입니다. 판사를 했든 검사를 했든, 그의 마음이 바다에 뜬 좁쌀만 한 것을 봅니다. 바다가 되었어야 할 사람들이 그래서 사람을 벌하고 구했어야 할 사람들이 겨우 이 모양인가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합니다.




시간이 신기한 것은 늘 새롭다는 것입니다. 늘 낯선 시간 속을 산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작 시간을 그렇게 여기지 않습니다. 시간만큼 만만한 것이 없습니다. 남는 것은 시간밖에 없다는 듯이 대합니다. 사람이 매일 새로워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낯선 것을 견딜 줄 알아야 내가 새로워집니다. 구일신 苟日新, 진실로 하루를 새롭게 하려는 마음이어야, 일일신 日日新 날마다 새로워집니다. 그러고도 다시 새롭고자 해야 합니다. 우일신 又日新. 낯선 것에서 주저앉으면 더 갈 수도 없고 가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낯선 것에 둘러싸이고 맙니다. 3월은 그 힘을 단련시키는 계절 같습니다.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마태오 5:24




낯선 것과 새로운 것은 형제처럼 가깝습니다. 그러나 멀기로 하면 그만큼 먼 사이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언제나 우리를 돕습니다. 날마다 들어도 새롭습니다. 그것이 용기가 됩니다.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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