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와서 처음 방문했던 식당을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여러모로 나에게 의미가 깊은 그곳은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절, 온라인 수업을 같이 듣던 A를 처음 대면한 곳이기도 하다. A는 분위기도 좋고, 학교와 가까워서 가볍게 쉬러 가기 좋은 장소를 알려주고 싶다며, 나를 어디론가 안내했다.
많이 가파르지 않은 언덕길을 몇 분을 올라가다 보니, "Swings"라는 간판이 보였다. 한국식 토스트를 파는 작은 가게였다. 친구는 자신 있게 추천한 가게인 만큼 이미 여러 번 와봤었는지, 사장님과 반갑게 안부 인사를 나누었다. 그 옆에 쭈뼛쭈뼛 서 있던 나도, 사장님의 친절한 응대에 금세 마음을 놓았다. 음식도 맛있었고, 새로운 친구와의 시간도 설레었으며, 사장님의 감각이 묻어나는 세련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
그 뒤로 나는 주기적으로 Swings를 방문했다. 언제부턴가 학교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토스트를 먹으러 가는 게 나의 루틴이 되었다. 가게에 도착하면 나는 항상 "Bully"를 시키고, 내가 좋아하는 창밖이 보이는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Bully는 불고기 버거의 맛과 유사했다. 토스트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하나하나 다 맛있었지만, 그 재료들이 합쳐져서 나는 시너지는 더욱 훌륭했다. 익숙한 맛이지만, 직관적으로 맛있는 그 맛이 과하지 않도록 모든 재료가 제 역할을 잘해주었다.
초반에는 수제 해시브라운을 추가해서 먹는 것도 좋아했다.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면, 소고기의 감칠맛과는 또 다른, 갓 튀겨진 뜨거운 해시브라운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토스트 하나만 먹어도 다음 끼니까지 든든하지만, 가끔 나를 특별하게 대접하고 싶은 날에는 떡꼬치도 같이 주문했다. 바삭하게 구워,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을 듬뿍 바른 떡을 꼬치에서 하나 빼서 먹고, 이어서, 토스트를 한 입 먹으면, 그날의 행복은 배가 되었다.
허기를 대충 달래고 나면, 바깥 풍경을 보며 한층 더 여유를 즐겼다. 통 창 너머로 보이는 공원과, 그곳을 지나가는 행인들을 구경하며 오물오물 토스트를 먹었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도 하나의 매력이었는데, 날이 좋은 날에는 나뭇잎의 푸르름과 선선한 바람이 주는 상쾌함을 만끽했고, 비 오는 날은 먹구름을 바라보며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뉴질랜드는 소나기가 많이 오는데, 갑자기 후두둑둑 쏟아지는 빗줄기가 잦아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것도 참 재밌었다.
그곳의 분위기는 참 독특했다. 가게는 너무 시끄럽지도, 너무 조용하지도 않았고, 손님들은 혼자, 혹은 여럿이, 저마다 자신의 체력 상태에 맞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신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노트북을 가져와 조용히 작업하는 사람들,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진 그 사람들 속에 나도 섞여 어우러졌다.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편안하게 긴장이 풀린 눈빛,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얼굴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가게 운영을 총괄하시는 사장님 또한 반짝였다.
사장님은 "Swings" 이야기를 하자면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이시다. 근처에 볼 일이 있어 매장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항상 눈에 띄던 건, 고객들과 밝은 미소로 소통하는 사장님이었다. 사장님은 어떤 손님이 와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한 사람 한 사람 다정하게 맞이해 주셨다. Swings는 어쩌면, 사장님의 집과 같은 공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장님의 취향이 담긴 공간과 사장님 표 토스트를 좋아하는 손님들은 한 번씩 오고 가며, 마치 가까운 친구, 혹은 가족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따뜻함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나에게 이 공간을 처음 소개해준 친구 A처럼, 주변인들을 Swings로 데리고 갔다. 여러 친구들과 같이 갔었지만, 엄마와 함께 방문한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엄마는 타지에 있는 나와 영상통화로 하루 일과를 공유하면서, Swings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어온 상태였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낭만을 지니신 분이기 때문에, 나는 엄마가 그 공간의 가치를 분명 알아봐 줄 거라 자신했다. 나의 판단은 적중했고, 우리는 엄마가 뉴질랜드에 있는 동안 여러 번 Swings에 방문했다. 심지어, 일 년이 더 지나고, 내가 마지막으로 Swings에 방문하는 날에도 엄마는 함께했다. 그날이 마지막이 될 것을 우리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찾아간 Swings에서 엄마와 나는 새로운 메뉴를 먹어보기로 했다. 자신 있게 추천해 주신 새우버거는 깔끔하게 튀겨진 새우패티에 톡 쏘는 고추냉이가 어우러져 느끼함 하나 없이 맛있었으며, 멜버른에서 영감을 받으셨다는 Maunga Blanc은 오렌즈 제스트의 상큼함이 매력적인, 계속 마시고 싶어지는 음료였다. 음식을 먹으며 감탄했고, 사장님과도 오랜만에 대화를 나눴다. 정말이지 그곳은 약간의 메뉴 변경을 제외하면 변한 게 없었다. 사장님이 추구하는 직관적인 맛, 분위기 있는 매장과 Swings의 색깔이 담긴 굿즈, Swings와 바깥 풍경을 연결시켜 주는 통창. 모든 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나를 반겨줄 것 같던 Swings는 곧 문을 닫는다. 식사 도중, 사장님께 그 소식을 전달받았을 때 잠시 머리가 멍했다. 이제 뉴질랜드에 돌아오더라도 Swings는 없다. 돌아올 집이 없어진 것 같이 마음이 헛헛했다.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떤 종류의 것이라도 이별은 언제나 슬픈 법이다.
그렇지만 마냥 슬퍼하기에는 사장님의 다른 가게인 Ockhee와 Nami가 남았다. Swings의 핵심은 사장님이었다. 아쉽게도, 내가 많이 사랑했던 Swings는 문을 닫지만, 사장님의 철학이 담긴 다른 가게에도 Swings가 남아있을 것이다. Ockhee의 뜨끈한 국물요리가, Nami의 신나는 음악이 사람들에게 다가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나에게는 Swings가 그랬다. 처음 뉴질랜드 땅에 와서 모든 것이 낯설었을 때, 뻣뻣하게 굳어 있던 나를 그곳의 토스트가 녹여주었다.
나는 그런 고마운 장소를 마지막으로 담아두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속삭였다.
"고마웠어, 나의 대학 생활을 함께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