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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May 22. 2024

3. 코알라와 캥거루

가족 여행으로 호주를 가야겠다고 남편에게 말하고 인터넷 검색창에 호주를 넣고 엔터키를 눌렀다. 


 정식국가명은 Commonwealth of Australia이고 영어를 사용하고 수도는 시드니도 멜버른도 아닌 캔버라이다. 우리가 사는 북반구가 아니라 적도를 지나 아래인 남반구에 위치하고 있어 계절도 우리나라랑 반대라고 한다. 1,2월이면 호주는 여름이라 옷가지도 가볍게 챙겨 갈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곳에서만 사는 코알라와 캥거루를 볼 수 있고 온 가족이 좋아하는 소고기와 양고기도 저렴하다 등등 가기로 마음먹고 나니 모든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남편은 나의 선택이 만족스럽지 않은가 보다. 근육 빵빵한 캥거루가 사람이 격투를 벌이는 모습, 개에게 헤드락 거는 영상 등을 보여주며 괜찮냐고 물어본다. 여행을 갈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즐겁기만 한 나였다.




 그저 여행을 가겠다는 마음만 앞섰지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준비해야 할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장롱 구석에 놓인 여권을 찾아 펼쳐보았다. 막내가 다섯 살 때 만들었던 여권은 이미 기한이 만료되었다.(미성년자의 여권기한은 최대 5년이다) 그 와중에 아직 귀여움이 넘쳤던 아이들 여권사진을 바라보며 벌써 이렇게 컸구나 싶어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세월이 흘러감을 마구 느끼며 감상에 잠시 젖었다. 

 일단 여권사진을 찍어야 했다. 집에서 찍을까 잠시 고민했다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어 사진관으로 향했다. 이마와 귀가 드러나야 하니 앞머리를 스프레이를 뿌려 고정하고 차례로 사진을 찍었다. 귀찮아하던 예전과 달리 사진을 찍는 아이들도 오래간만에 여행소식에 설레어했다. 기분 좋게 촬영을 마치고 계산을 하는데 무려 10만 원! 여행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돈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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