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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May 29. 2024

4. 극 J와 아마도 J

3월, 월요일 아침 출근을 앞두고 몸이 좋지 않다는 남편이었다. 코로나 진단 키트로 자가검진을 해보니 두 줄이 보였다.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일주일 격리가 확정되었다. 방에서 격리 중이었던 남편은 처방받은 약을 먹고 이틀 동안 먹고 자는 것만 같았다. 목도 아프고 두통도 있었지만 다행히 열은 없었다. 삼일째 밤 전화가 왔다.



하루가 지나니 파일하나가 톡으로 전달되었다. 격리 중이던 남편은 들고 간 노트북으로 여행정보를 모아 일정표를 만들어 보내주었다.


"와! 혼자 방에서 이걸 했어? 언제 다 한 거야? 대단해!"

"뭐라도 할 게 있어야지."


심드렁하게 대답했지만 여행노선에 비행기표 시간과 가격, 숙소 목록까지 엑셀파일에 차곡차곡 정리가 되어 있었다. 가고 싶다는 나보다 더 계획적으로 준비하는 극 J성향의 남편이다.

보내준 일정은 2024년 2월 11일 출발해 22일 돌아오는 11박 12일의 브리즈번-골드코스트-시드니로 계획되어 있었다. 시드니 말고는 처음 듣는 도시들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호주를 가는데 멜버른과 지구의 배꼽이라는 울루루를 가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남편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호주가 얼마나 넓은지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시드니에서 울루루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지도에서 직접 찾아보고 얘기해!"


지도에서 시드니 출발, 울루루 도착으로 경로를 검색해 보았다. 자동차로 무려 30시간! 국토면적이 한반도의 35배라는 말이 그제야 실감이 났다. 몇 시간 차 타고 간다고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를 한 후, 그래도 멜버른은 꼭 가고 싶다 말했다. 남은 격리 기간 동안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밤마다 통화가 계속되었다. 최종 계획은 멜버른-골드코스트-시드니로 결정되었다.



뭐 어때! 일 년도 안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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