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그릇

정리

by 나리

자주 쓰는 것은 가까이

가끔 사용하는 것은 깊숙이


필요한 건 남기고

쓰지 않는 건 보내주고

사용할 수 없는 건 버리자


물건도

마음도

인연도

모두 가지고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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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면 정리를 합니다.

빼고 넣고 버리고 필요한 다른 이에게 나누기도 하고 팔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니 스스로 정리되는 것도 있습니다.

누가 잘하거나 못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시간이 지나니 옅어진 인연들입니다.

연락처를 삭제하면 기억마저 지워질까 남겨두었던 번호들,

이제는 지워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낡아져 제 기능을 할 수 없어도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엄마가 챙겨준 콩은 십 년 넘게 냉장고에 남아 있고(아마도 먹을 수는 없겠죠),

실밥이 터져 천과 솜이 분리된 지 오래인 어린 시절의 이불도 아직 곁에 남아있습니다.

이불을 버릴까 말까 고민을 하는데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이 이불이 그래서 좋은 거야, 얇아져서 껴안고 있기 좋아!"


엄마와 덮었던 이불은 이제 아이와 함께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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